민형배 '위장 탈당'…'검수완박' 민주당, 안건조정위 무력화 시도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 20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대한민국 성장과 공정을 위한 국회포럼 출범식'에서 민형배 공동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5.20/뉴스1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구을)이 20일 더불어민주당에서 '위장 탈당'했다. 검찰로부터 수사권을 분리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를 위한 준비 작업의 일환이다. 법사위의 양향자 무소속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하자 민 의원을 탈당시켜 양 의원을 대신케 하는 '꼼수'를 동원한 것이다. 민주당이 민 의원을 앞세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고 검수완박 입법에 속도를 내면서 정국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법사위 소속 민형배 '민주당 탈당'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당을 탈당했다. 검수완박 입법을 위한 것으로 당의 철학과 노선을 달리 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탈당 사례와 구별된다.

법사위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는 시도로 풀이된다. 국회법 57조의2 등에 따르면 안건조정위의 활동 기한은 구성일로부터 90일이다. 안건조정위 소집 시 법안 처리가 최장 90일까지 지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경우 민주당의 검수완박 입법이 무산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인 5월3일 공포하지 못하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거부권 행사를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안건조정위는 힘을 쓰지 못하게 됐다. 안건조정위 위원 수는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6명으로 제 1교섭단체인 민주당과 이 외 교섭단체인 국민의힘 위원 수를 동수를 한다.

무소속 의원이 있을 경우 안건조정위 위원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된다. 무소속이 된 민 의원이 민주당 측에 서면 의결정족수인 3분의 2 이상을 만족하게 된다.

이달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K-디아스포라범세계 추진연대 포럼에서 양향자 의원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검수완박, 동의할 수 없다"?…양향자 문건 공개 파장
검수완박 입법에 대한 양향자 의원의 입장 역시 민 의원 탈당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당초 민주당은 무소속인 양 의원이 안건조정위에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으나 전날 양 의원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문건이 알려지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양 의원은 입장문에 "저는 이번 법안이 이런 방식으로 추진되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며 "사안이 중차대한 만큼 오류에 대해 충분히 검토돼야 함도 당위"라고 적었다.

이어 "이번 법안은 한국 사법체계의 근간을 재설계하는 입법"이라며 "만약 오류를 일으킨다면 국민의 삶에도, 민주당의 미래에도 해악이 될 것"이라고 봤다. 또 "저는 국가 이익을 위해 양심에 따라 이번 법안에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에선 양 의원이 해당 입장문을 공표하진 않았으나 자신의 생각에 대한 자문을 구하기 위해 작성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로써 민주당의 검수완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 "계획했던 미국-캐나다 방문을 보류했다"며 "외교 경로를 통해 방문 국가에 양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 의장이 이달 23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예정대로 해외 순방에 나설 경우 4월내 검수완박 입법을 마무리한다는 민주당 계획에 차질은 불가피했다.

민주당 "민형배 개인의 비상한 결단, 4월내 수사·기소권 분리"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민형배 의원 개인의 비상한 결단이 있었다. 원내지도부에 (의사가) 전달했고 상의와 숙고 끝에 수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의장 주재 하에 양당과 다른 당까지 포함한 협의가 어렵게 시작됐고 진행되고 있다"며 "4월 안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법안 처리는 흔들림 없이 갈 것"이라고 했다.

앞서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달 15일 검사의 직무를 공소 제기 및 경찰·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범죄 수사로 한정하는 내용의 검찰청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또 수사는 사법경찰관의 직무로 하고 검사의 수사는 다른 법률에 규정이 있는 예외적 경우로 제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박 원내대표를 포함해 172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최강욱,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일 오후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등 '검수완박' 관련 법안을 심사할 법사위 제1소위원회 회의가 열리는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실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