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현모 KT 대표 연임, 오늘 이사회서 가닥...디지코 3년 더 이끌까

구현모 KT 대표. /사진=KT

구현모 KT (37,250원 ▼450 -1.19%) 대표의 연임 여부를 결정하는 이사회가 오늘 열린다. KT 안팎에선 경영실적 등을 고려할 때 구 대표의 연임에 큰 저항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최근 연임이 유력시되던 금융지주 회장들이 잇따라 교체되고 정치권의 입김설이 나돌면서 KT는 구 대표 연임에도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KT 이사회로 구성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심사위)는 이날 후보자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16일까지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당초 심사위는 지난 8일 구 대표의 프레젠테이션 이후 연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내부적으로 의견이 갈리며 이날 추가 면접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구 대표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달 8일 이사회를 통해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KT 이사회는 심사위를 구성해 구 대표의 연임 적격성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에 착수했다. 심사위는 사외이사 전원(8명)과 사내이사 1인(구 대표 제외)으로 구성됐다.

이사회 심사가 통과되면서 구 대표의 연임은 내년 3월 KT 정기 주주총회 표결에 의해 최종 확정된다. 그간 KT의 CEO(최고경영자) 추인 역시 주주총회에서 큰 이변 없었던 점을 고려하면 구 대표 역시 주주총회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 KT 안팎에서는 구 대표 연임에 긍정적인 분위기이다. 취임 이후 KT를 양적으로 성장시킨 데다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질적 전환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실제 구 대표 취임 전 2019년 KT 연간 영업이익은 1조1596억원에서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44.2% 증가했다.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 영업이익 역시 1조538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한다. 기업가치는 역시 크게 올랐다. 취임 전 약 6조9000억원 수준이던 KT 시가총액은 12일 종가 기준 거의 9조9092억원에 달했다. 3년 만에 43%의 기업가치 상승을 끌어낸 셈이다. 지난 8월1일에는 9년 2개월 만에 10조원대를 넘기도 했다.

KT 전체 조합원 중 99%(1만6000여명)가 속한 노동조합도 최근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 6일 KT 노조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구 대표 선임 후 매출과 영업이익은 의미있는 성장을 지속했고 주가도 대폭 상승했다"며 "KT 노조는 지난 3년간의 성과를 종합하고 향후 더욱 큰 도약을 위해 구 대표의 연임을 지지한다"고 했다.

다만 최근 정치적 외풍으로 금융권 수장들의 연임에 잇따라 제동이 걸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전날 농협금융은 차기 회장에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내정됐다고 밝혔다. 이 전 실장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무조정실장은 역임하다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초기 좌장을 맡아 당선인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일에는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현 회장의 연임이 유력하게 점쳐졌으나, 업계 예상을 뒤집고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최종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됐다. 앞서 KT는 2002년 민영화됐지만 끊임없이 정치적 세파에 휘둘렸다. 정권 교체이후 최고경영자가 퇴진하는 사례도 있었다. KT 단일 최대주주는 지분 10.3%를 가진 국민연금이다. 이에 KT 안팎에서는 회사의 지배구조 독립성과 경영 연속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