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담배기기 신제품 경쟁 치열한데...글로 하이퍼 출시 내년으로

글로 하이퍼X2/사진=BAT

국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KT&G, 필립모리스와 경쟁하고 있는 BAT(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가 신제품 출시 시점을 결국 내년으로 결정했다. 경쟁사가 올해 하반기 나란히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함께 경쟁하는 것이 판매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새로운 전자담배기기가 기존의 전용스틱과 호환되지 않는 것이 핵심이유로 지목된다.

22일 담배업계에 따르면 BAT는 올여름 일본과 유럽에 출시한 전자담배기기 '글로 하이퍼 X2'의 출시를 내년으로 결정했다. 지난 10월 필립모리스가 '아이코스 일루마'를, 11월 KT&G가 '릴 에이블' 출시 등 전자담배기기 신제품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글로'를 판매하는 BAT의 신제품 국내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동안 담배업계에선 일반 연초담배에서 전자담배로의 전환율이 빠른 한국을 우선 출시대상국으로 꼽아왔지만 BAT는 이번 신제품 출시에선 한국을 배제했다.


BAT가 신제품 출시를 경쟁사보다 늦춘 배경에는 점유율 확대를 위해 기존 기기 보급에 들인 초기투자비용이 많아서다. 그동안 BAT는 10만원에 판매하던 글로를 지난해 4월부터 90% 할인된 9900원에 판매해왔다. 만약 새로운 전용스틱을 사용해야 하는 '글로 하이퍼 X2'를 조기 출시하면 공들여 확대시킨 시장점유율을 깎아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글로는 전용스틱으로 다른회사 기기와 호환되지 않는 슬림스틱 '네오'(NEO)'를 쓴다. 아이코스용 스틱 '히츠'(HEETS)와 릴용 스틱 '핏'(FIIT)이 서로 호환되는 반면 글로는 오직 네오만 쓸 수 있다. 최대 90% 할인 판매하는 가격정책으로 글로를 대량 유통시킨 BAT는 이런 초기투자(?) 효과로 네오의 매출을 끌어올렸다.

실제 네오의 시장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GS25에 따르면 지난 11월1일부터 이달 13일까지 BAT 네오의 전자담배스틱 점유율은 11.5%로 전년동기 10.9%보다 높아졌다. KT&G가 42.8%에서 48.9%로 독주하는 상황에서 필립모리스의 점유율(46.3%→39.6%)을 일부 가져온 모양새다. 네오의 점유율은 지난해 9%대, 2020년에는 6%대였다.


전자담배시장은 담배업계에서 유일하게 성장하는 시장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8년까지 연평균 28% 성장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국내 역시 2019년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 논란으로 잠시 주춤한 이후 매년 증가추세다. 담배 판매액 중 궐련형 전자담배 비율은 지난해 초 10% 안팎에서 올해 15%까지 늘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BAT는 아직까지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은 꽃이 피지 않은 시장이라고 보고 글로의 '위해저감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난 10월에는 '글로 흡연시 독성이 연초에 비해 90~95% 낮다'는 내용의 위해저감 1년 임상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BAT관계자는 "글로벌에선 각 지역의 시장 환경에 따라 출시일정 등 경영적 판단을 하고 있다"며 "특히 전자담배의 경우 가장 성장속도가 빠른 한국 시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KT&G '릴 에이블 프리미엄'(왼쪽 위), '릴 에이블'(오른쪽 위)과 전용스틱 에임(아래)/사진=KT&G

아이코스 일루마 시리즈 제품/사진= 한국필립모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