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들 멱살을 잡아?" 선 넘었다는 시부모…며느리, 몰래 눈물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남편, 시부모와 갈등을 빚는 며느리의 사연이 공개됐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서는 아들 셋을 키우며 서로 '네 탓'만 하는 결혼 11년 차 부부가 출연했다.

아내가 주말에 혼자 집안일 하고 아들 셋을 돌보는 동안 남편은 조기축구회에 나갔다.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갑자기 시부모님이 집에 찾아온다는 연락을 받고 집 안 정리를 하며 식사 준비를 했다.

아내는 남편뿐만 아니라 시부모와도 갈등을 겪고 있었다. 집에 온 시부모는 냉장고 손자국부터 세탁실 청소 등을 지적하며 "넌 기본이 안 돼 있다", "조금만 생각하면 실수를 안 하지" 등 잔소리를 했다.

식사 도중에도 계속되는 지적에 아내는 결국 혼자 세탁실에 들어가 눈물을 흘렸다. 스튜디오에서 이를 보던 아내는 "따뜻한 말 한마디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가슴에 콕콕 박히게 말씀하신다"고 토로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 박사는 "시부모님은 '너 잘 되라고 충고하는 거'라고 생각하실 거다. 서열과 위치상 며느리는 힘들 수 있다는 걸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독립해서 살 땐 서랍을 열거나 뒤지는 건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MBC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오늘은 싫은 소리 들어도 울지 마라. 너는 좋은 얘기를 해도 맨날 운다. 상대가 난처해진다"고 말했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시집 오면서부터 애를 가져서 우리 집에 오면 아무것도 안 시켰다. 다 해서 바쳤다"며 "그런데 3년이 지나도 아무것도 안 하더라. 내가 뭘 하면 같이 할 생각을 해야 하는데 끝까지 앉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TV나 휴대전화만 본다. 며느리가 오면 난 일만 한다"며 "3년이 지나서 얘기를 꺼냈다. 밥상을 차려달라고 했더니 TV에서 시어머니 살림을 만지면 안 된다고 했다더라"고 토로했다.

남편은 "조기축구회 송년회 때 부모님과 아내, 큰애도 데리고 갔다. 가족들은 부모님 집으로 갔고, 저는 2차를 가서 술 먹고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가 잠이 들었다"며 "다음 날 아침에 아내가 폭발했다. 제 방에 가서 문을 잠갔는데 문을 발로 차고 난리가 났다. 문 열자마자 제 멱살을 잡았는데 그걸 어머니가 보셨다"고 회상했다.

시어머니는 당시 상황에 대해 "그걸 보고 충격에 쓰러졌다. 기가 막히더라. '내 아들이 저렇게 당하고 살았구나' 싶었다"고 떠올렸다. 그는 며느리에게 "싸움해도 어느 정도 선이 있다. 너는 선을 넘어서 싸운다"고 지적했다.

시아버지는 "너는 성인 ADHD(주의력결핍과다행동장애)"라며 "문을 쾅쾅 차고 네 남편 멱살 잡고. 화를 못 참는 병"이라고 폭언했고, 아내는 "항상 저를 분노 장애로 만드신다. 심리검사 받았는데, 그런 거 아무것도 안 나왔다"고 반박했다.

아내는 "이 사람이 좋아서 결혼했다. 결혼하자마자 아이가 생겨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며 "그 시간이 갇혀있는 기분이라 매일 울었다. 온종일 남편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항상 밤늦게 술 취해 들어왔다. 대화하고 싶었는데 저한테 돌아오는 건 욕설과 무관심이었다. 제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털어놔 안타까움을 안겼다.

남편은 "(아내에게) 사랑받는 느낌은 못 받는다. 우리는 남이라고 생각한다. 애들 셋을 낳았기 때문에 의무감으로 사는 거다. 사랑은 없다"고 말했고, 아내는 충격을 받았다.

오은영 박사는 "어떤 이유가 있어도 폭력을 쓰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남편은 진심으로 사과를 건넸어야 한다. '내가 뭐 잘못한 것도 없는데'라는 식으로 나오면 안 된다. '깜빡 잠이 들었어. 미안해'라고 하는 게 본질을 잘 이해해서 해결해 나가는 거다. 해명이 아니라 미안하다고 해야 한다. 걱정하는 아내 마음을 잘 헤아리지 못하신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