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개월 수익률이 美 2배…살아난 유럽 증시, 랠리 언제까지?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타격을 가장 심하게 입었던 유럽 증시가 살아나고 있다.

에너지 가격 하락과 인플레이션 둔화, 중국 재개장에 따른 낙관론이 유럽 증시와 유로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유럽 주요국의 증시 수익률은 미국 증시를 앞질렀다.

독일 DAX지수와 프랑스 CAC 40은 최근 3개월간 각각 18%가량씩 올랐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 S&P500지수의 수익률 8.5%를 앞서는 것이다. 영국 FTSE 100은 사상 최고치 대비 2% 남짓 못 미치는 수준까지 상승했다.

10일 FTSE 100이 0.4% 하락하고 DAX가 0.1% 약보합세를 보인 반면 S&P500지수는 0.7% 올랐지만 새해 들어 수익률도 유럽이 미국을 앞서고 있다.


유럽 증시에 대한 투자자들의 낙관론은 지난 4일까지 2주일간 영국 주식형 펀드에 지난해 6월 이후 최대 규모의 자금이 유입된 것에서도 확인된다.

펀드 유출입 동향을 조사하는 EPFR에 따르면 지난 4일까지 2주일간 영국 뮤추얼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억8800만달러가 넘는 자금이 순유입됐다.

유럽의 주식 선물시장에서도 상승 베팅이 늘고 있다. 씨티 리서치의 크리스 몬태규에 따르면 지난주 유럽 주식 선물에 대한 낙관적 베팅은 미국보다 많았다.

하그리브즈 랜스다운의 수석 투자 및 시장 애널리스트인 수잔나 스트리터는 유럽 증시가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더 탄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증시의 반등은 구조와 펀더멘털 2가지 원인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럽 증시는 미국 증시 하락을 주도해온 기술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

WSJ는 높아진 금리 환경에서 투자자들이 은행과 유통, 에너지기업 등 가치주를 선호하면서 유럽 증시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지난해 유로와 영국 파운드 가치가 달러에 비해 장기간 약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유럽 증시가 싸진 것도 최근 유럽 증시 호조세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로와 파운드 약세는 유럽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매출액의 유로 또는 파운드 환산 금액을 늘어나게 해주는 효과도 발휘했다.

게다가 최근 몇주간 유로와 파운드 가치가 빠르게 오르면서 달러 기반의 투자자들은 유럽 주식 투자에 따른 상당한 환 차익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유럽 증시의 강세는 기본적으로 개선된 경제 여건에 기반하고 있다. 올 겨울 날씨가 예상보다 따뜻해 걱정했던 에너지 위기가 현실화하지 않은 데다 에너지 가격이 떨어지면서 인플레이션도 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로존의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는 1년 전에 비해 9.2% 상승했다. 이는 전달 10.1%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였다.

중국이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완화하고 경제 재개장을 결정한 것도 유럽의 광산업체와 명품업체 주가를 올리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냈다.

유럽의 대표적인 명품업체인 LVMH 모엣 헤네시 루이 뷔통과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은 중국 소비자들의 명품 소비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에 올들어 11%가량씩 급등했다.

롬바르드 오디에르 투자관리의 거시팀장인 플로리안 이엘포는 "유럽 증시는 미국보다 중국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유럽 증시에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고 밝혔다. ECB의 긴축 사이클이 아직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의 재개장이 유럽 기업들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큰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엘포는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재개장이 유럽 주식에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 요소가 약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럽 증시에 우호적으로 작용했던 가치주 선호 현상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도 의문이다. 기술주가 반등을 시작한다면 이는 유럽 증시의 매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유럽보다 미국 증시를 더 낙관하는 로스차일드 자산관리의 글로벌 투자 전략가인 케빈 가디너는 "아직 이 의문들에 대한 판단은 내려지지 않은 상태"라며 "우리는 아직 금리 고점에 도달하지 못한 초기 단계로 올해 글로벌 침체가 닥칠 것인지조차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