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폭탄' 고지서 날려도 전기 더 썼다…한전 "우리도 죽겠다" 왜?

1월 소비자물가가 공공요금 인상 영향을 받아 5.2% 오르며 6개월 연속 5%대 상승률을 유지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11(2020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2% 상승했다. 물가상승률은 공공요금 인상 여파가 컸다. 전기·가스·수도는 전년 동월 대비 28.3% 폭등해 해당 통계가 작성된 2010년 1월 이후 13년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기료가 29.5%, 도시가스가 36.2%, 지역난방비가 34.0% 올랐다. 사진은 서울 시내에 설치된 전기 계량기의 모습. /사진=뉴스1

올해 1월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인상에도 전력 수요는 줄지 않았다. 2월 전력 수요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오히려 늘었다.

원가 인상요인을 소비자 가격에 순차 반영하고 전력 수요와 역마진 폭을 줄여 한국전력 (19,800원 ▲170 +0.87%)공사의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정부의 계획과 달리 전력 사용량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의미다.


각 가정으로 난방비와 전기요금 '폭탄' 고지서가 날아들고 있지만 지난해 34조원대 적자를 본 한전의 적자'폭탄'도 당분간 커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전 등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월평균 최대전력은 7만8051㎿(메가와트)로 지난해 2월 대비 1%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월평균 최대전력은 7만9463㎿로 전년 동기 대비 0.4% 감소하는 데 그쳤다.

제조업 가동률이 떨어지는 설 연휴가 2월에 있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설 연휴는 1월에 있었고 1월 하순 서울지역 최저기온이 영하 17도(℃)를 기록하는 강추위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올해 1월부터 적용하는 전기요금을 ㎾h(키로와트시)당 13.1원 인상, LPG 급등 등 원자재 가격을 반영하고 가격 정상화를 통해 소비자가 전기를 덜 쓰도록 유도한다는 정부의 계획도 차질이 생겼다.

반면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도매가격인 SMP(계통한계가격)는 여전히 강세다. 지난달 육지와 제주 통합 SMP는 ㎾h당 240.81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이후 5개월째 200원대를 넘어선 것이자 역대 네번째 가격이다. 현재 한전이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소매가격이 ㎾h당 130~140원인 점을 고려하면 전기를 팔면 팔수록 ㎾h당 최소 100원이상 적자가 쌓이는 셈이다.

전기 도매가격이 ㎾h당 200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연초 동절기 전력사용량은 줄어들지 않으면서 한전의 적자 부담도 지속될 전망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달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지난해 한전의 영업적자 규모가 34조원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와이즈리프트에 따르면 최근 증권사 8곳이 집계한 한전의 지난해 영업적자 컨센서스(전망치)는 31조1478억원이다. 이 장관의 말을 미뤄보면 시장의 예상보다 10% 가까이 한전의 적자폭이 커진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지난해 역대급 적자에 이어 연초 동절기 적자가 쌓여가는 만큼 임기 말까지 한전의 누적적자를 해소한다는 정부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겼다.

전력시장 관계자는 "SMP가 한전의 전기 판매가격보다 100원이상 높은 역마진 상태가 지속되고 있어 적자는 쌓여갈 수 밖에 없다"며 "원유 등 국제 에너지 가격이 안정을 찾고 전력수요 감소, 요금정상화 등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