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과장이 다 했겠나…文정부 태양광 감찰 '윗선'으로 간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이 1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태양광사업 의사결정 라인 조사지시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6.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윤석열 대통령이 공직기강비서관실에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한 감찰을 주문하면서 문재인 정부 시절 산업통상자원부 재생에너지정책 부서에 대한 전방위 조사가 진행될 전망이다.

산업부는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부당·위법 사례가 발견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피했지만 중앙부처 공무원의 직접 개입 정황이 드러난 이상 '윗선'으로의 조사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산업부에 따르면 현재 신재생에너지 정책 관련 정책은 에너지 차관인 2차관 산하 재생에너지정책관(국장)실이 담당한다. 재생에너지정책관 산하에 △재생에너지정책과 △재생에너지산업과 △재생에너지보급과 등 3개 부서로 구성돼 신재생에너지 정책, 관련법 제·개정 대응, 신재생에너지 보급, 기술개발 진흥 등 업무를 맡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 13일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 발표를 통해 지난 정부 산업부 소속 과장급 공무원 2명의 불법 사례를 공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산업부 과장 2명은 2018년 태안 지역 태양광 업체로부터 청탁을 받고 사업부지 내 목장 용도 부지에도 태양광 설치가 가능하도록 유권해석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체로부터 직접 청탁을 받은 A과장은 2019년 산업부를 떠나 이듬해 해당 업체 대표로 자리를 옮겼고 유권해석에 관여한 B과장은 이 업체에 납품하는 업체의 임원으로 취직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대통령의 감찰 주문은 당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 실무를 맡았던 과장급 직원의 불법 사례가 드러나면서 산업부 재생에너지 정책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과 단위 실무부서에서 '국장-실장-차관-장관'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특혜는 없었는지 외부 청탁은 없었는지 등을 보겠다는 의미다.

또 천문학적 보조금이 투입된 재생에너지 보급 사업 특성상 필수적인 내부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 역시 대통령의 감찰 지시의 배경으로 꼽힌다. 한국전력 임직원 250명 이상이 가족이나 지인 명의 등으로 태양광 사업을 하면서 보조금 수익을 올린 점 역시 산업부의 산하 공공기관 감시 시스템이 오작동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강경성 산업부 2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감사원 수사의뢰는 재생에너지 보급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위법하거나, 직권남용 사례가 발견됐다는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 자체로 재생에너지 정책을 담당하는 부처로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공직기강실 감찰 지시와 관련해선 대통령실과 소통해 임할 것"이라며 "이번 감사를 계기로 드러난 재생에너지 사업 전반에 대해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