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너마저?"…'시크릿 인베이젼' 오프닝 AI 제작 논란

생성형 AI가 제작한 마블의 신작 드라마 시리즈 '시크린 인베이젼'의 오프닝 영상. /사진=마블스튜디오

마블의 새 드라마 시리즈 '시크릿 인베이젼(Secret Invasion)' 오프닝 영상이 생성형 AI(인공지능)로 제작돼 논란이 되고 있다. AI의 시나리오·대본 제작으로 미국작가협회에서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영상 제작까지 AI의 영향력이 닿은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과 일부 팬들 사이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지만, 창작물에 대한 AI 활용을 진지하게 거부하기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미 엔터테인먼트 전문 매체 폴리곤, 버라이어티 등에 따르면 '시크릿 인베이젼'의 감독이자 총괄 프로듀서인 알리 셀림은 드라마의 오프닝 영상을 '메소드 스튜디오'라는 VFX(특수시각효과) 제작사가 AI를 사용해 제작했다고 밝혔다. 시크릿 인베이젼은 이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에 공개된 마블스튜디오의 신작 드라마로 쉴드의 국장인 '닉 퓨리'와 외계 종족 '스크럴'에 대해 다루고 있다.


셀림 감독은 "자유자재로 형태를 바꾸는 '스크럴'의 정체성과 AI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모방하지만, 완전히 인간과 같지는 않은, 다소 불길한 느낌을 주는 AI가 스크럴과 닮아있다는 것. 그러나 그는 이어 "AI가 정확히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이해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마블에서 영상 제작에 AI를 활용했다는 소식에 큰 파장이 일었다. 특히 이미지·영상 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독립 영화 제작자인 브라이언 롱은 자신의 트위터에 "많은 사람이 시크릿 인베이젼의 작품성을 극찬하겠지만, 이는 주요 스튜디오 작품에 AI가 침입을 처음 허용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이 끔찍한 사태는 시작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비판은 내부에서도 나왔다. 시크릿 인베이젼의 비주얼 컨셉 아티스트인 제프 심슨은 "나는 AI가 비윤리적이고 위험하며 예술가의 경력을 없애기 위해 설계됐다고 믿는다"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일부 마블 팬들은 시크릿 인베이젼을 시청하지 않겠다며 보이콧에 나섰다.

AI의 상업적 창작물에 대한 논란은 한국에서도 진행 중이다. 아마추어 웹툰 작가들은 이달 초 생성현 AI가 학습을 위해 자신들의 작품을 무단 도용한다며 'AI웹툰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다. 네이버웹툰에서는 지난달 말 연재를 시작한 '신과 함께 돌아온 기사왕님'이 AI로 제작됐다는 이유로 별점 테러를 당했다. 이에 네이버(NAVER (187,300원 ▼1,200 -0.64%))와 카카오 (46,450원 ▼350 -0.75%)는 모두 웹툰 공모전에 AI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생성형 AI의 창작물을 거부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받아들일지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성형 AI를 활용한 창작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AI 보이콧이 AI판 러다이트 운동과 비슷하다고 지적한다. 어느 수준까지 AI를 활용했을 때 상업적 창작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이야기 해야 한다는 것. 최필식 IT전문작가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크릿 인베이전 논란은 여러모로 생각해 볼 사안"이라며 "얼마 전 AI로 만든 음악은 상을 받을 수 없지만, AI의 도움을 받은 음악은 수상 가능하다는 그래미의 판단 같은 논의를 하게 될지 궁금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