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230편 1초 '컷'…SK하이닉스, 5세대 'AI용 메모리' 엔비디아 샘플공급

SK하이닉스 HBM3E /사진제공=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AI(인공지능)용 초고성능 D램인 'HBM3E' 개발에 성공, 성능 검증을 위해 고객사에 샘플 공급을 시작했다고 21일 밝혔다.

SK하이닉스 (192,800원 ▲2,700 +1.42%)는 "HBM3를 독점적으로 양산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 성능이 구현된 확장 버전인 HBM3E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며 "업계 최대 HBM(대역폭메모리) 공급 경험과 양산 성숙도를 토대로 내년 상반기부터 HBM3E 양산에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 기존 D램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대폭 끌어올린 고성능 제품이다. 본래 그래픽 작업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인공지능(AI) 시장이 확대되면서 대량의 데이터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HBM의 활용도가 크게 높아졌다.

HBM은 1세대(HBM)-2세대(HBM2)-3세대(HBM2E)-4세대(HBM3)-5세대(HBM3E) 순으로 개발됐는데, HBM3E는 HBM3의 확장(Extended) 버전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HBM3 양산에 성공한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HBM3E는 AI용 메모리의 필수 사양인 속도를 비롯해 발열 제어, 고객 사용 편의성 등 모든 측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충족시켰다고 밝혔다. HBM3E는 초당 최대 1.15TB(테라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FHD(Full-HD)급 영화(5GB = 5기가바이트) 230편 이상 분량의 데이터를 1초 만에 처리하는 수준이다.


SK하이닉스는 이번 제품에 '어드밴스드 MR-MUF' 기술을 적용했다.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는 기술이다. 칩을 한층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기존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 성능도 10% 높다.

하위 호환성도 뛰어나다. 따라서 고객은 HBM3를 염두에 두고 구성한 시스템에서도 설계나 구조 변경 없이 신제품을 적용할 수 있다.

엔비디아의 하이퍼스케일, HPC 담당인 이안 벅 부사장은 "엔비디아는 최선단 가속 컴퓨팅 솔루션즈(Accelerated Computing Solutions)용 HBM을 위해 SK하이닉스와 오랜 기간 협력을 지속해왔다"며 "앞으로도 차세대 AI 컴퓨팅을 선보이고자 HBM3E 분야에서 양사간의 협업이 계속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성수 SK하이닉스 D램 상품기획담당 부사장은 "앞으로 고부가 제품인 HBM 공급 비중이 계속 높아져 경영실적 반등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