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은행 이자이익, 삼전·LG·현대차보다 커…리스크 고객 전가"

머니투데이

이용안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60조원으로 추정되는 올해 은행 이자이익이 혁신의 결과물인지 현실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변동금리 판매 비중이 높은 구조 속에서 은행들이 금리상승기에 발생하는 리스크를 차주에 전가한다고도 비판했다.

이 원장은 6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국공인회계사회 회관에서 회계법인 대표(CEO)들과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먼저 올해 은행들이 올린 높은 이자이익이 혁신의 노력으로 인한 결실인지 따져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올해 (은행의) 이자이익이 60조원에 달해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의 (영업이익을) 다 합친 것보다 크다"면서 "은행이 여러 노력을 해온 건 알지만 반도체, 자동차 등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조차 혁신에도 영업이익 수준이 이렇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산업에 계신 분들이 다양한 혁신을 통해 60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둘 수 있었는지 현실적인 판단을 해달라"고 덧붙였다. 은행의 급격한 이자이익 상승이 금리상승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뜻하지 않게 벌어진 일이 아닌지 물은 것이다.

그러면서 이 원장은 "산업으로서 은행을 존중하지만 시민들이 은행에 갖는 불만이나 비난을 자본주의 시점에서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각보다는 왜 이런 문제 제기가 있는지 공감대 형성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높은 이자이익을 올린 은행들이 금융 취약계층은 외면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 원장은 "2020년 이후 600개 가까운 은행 점포가 사라졌는데, 점포가 사라진 곳 대부분은 노인이 많고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이라며 "(은행들에) 금융 소외계층의 접근성을 점차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KB국민은행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60개가 넘는 점포를 또 폐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금리가 급격히 오르고 가계대출이든 기업대출이든 줄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상승으로 인한 이익은 온전히 은행이 받고, 변동금리 베이스로 인해 (금리 상승으로 인한) 고통은 가계와 소상공인들이 받고 있다"며 "금리변동으로 인한 충격은 위험관리를 하지 못하는 개인들이 받고, 전문적인 리스크 관리 능력과 시장분석 능력이 있는 은행은 그 리스크를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라고 은행권 비판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이 원장은 최근 '횡재세' 등 은행권의 초과이익 환수 방안 논의가 자연스럽게 등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행의 비용절감과 수익 극대화와 그로 인한 시민들의 고통 상황 등이 다 반영돼 국회에서 횡재세 논의나 다양한 게 벌어지는 걸로 이해한다"며 "다만, 세금으로서 횡재세가 맞는지 헌법 차원에서, 경제 효과 등 다양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원장은 은행권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환수해 활용할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 "지금 단계에서는 고민은 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은행권 초과이익 환수 방안이) 마련되진 않았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