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부국 '사우디', 풍력 강국 '영국'도 K-탄소중립 올라 탄다

CF연합이 12월 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을 열고 무탄소에너지(CFE) 국제 확산을 위한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CF연합

'재생에너지, 원자력 발전,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그린수소.'

지난해 12월 1일부터 13일(현지시간)까지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합의문에서 정의한 '무탄소·저탄소 에너지원'이다.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을 위해 COP28에 참석한 195개 국가가 모두 서명했다.


COP 합의문에 탄소 감축 수단으로 재생에너지 외에 원전과 CCUS, 수소 등이 포함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전을 청정에너지원으로 볼 것인지에 대해 이견이 있었던 세계 각국이 결국 재생에너지만으론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국제사회에 제안한 'CF연합(Carbon Free Alliance)'의 무탄소에너지(CFE) 개념과도 일치한다. 한국이 던진 CFE 화두가 전 세계 탄소중립 흐름에 있어 시의적절했다는 의미다.

실제 한국, 미국, 프랑스 등 22개국 대표단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전 용량을 3배로 확대하는 협정서에 서약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COP28 개최국인 UAE의 원자력공사(ENEC)가 CFE 이니셔티브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글로벌 기후 아젠다로서 CFE 이니셔티브의 위상이 제고됐다. CF연합이 공식 출범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정부와 CF연합이 물밑작업을 통해 UAE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COP28은 CF연합이 독립적으로 참여한 첫 공식 해외 무대였는데 성과가 적잖았다. CF연합은 그동안 정부와 함께 다자협의체, 국제 행사 등에 참여했지만 이번엔 독자적으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열고 세계 각국의 친환경에너지 협의체들에 CFE 이니셔티브 구상을 알렸다.

CF연합이 COP28 기간 중 개최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엔 미국 전력연구소(EPRI)도 참여해 CFE에 힘을 실었다. 아사드 만수르 EPRI 대표는 "무탄소 전원 비중을 높이기 위해 무탄소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모든 기술적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며 "무탄소 기준은 에너지원의 특성이 아니라 에너지원이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에 근거해 판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F연합은 현재까지 미국 청정에너지구매자연합(CEBA),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IEEJ)·UN대학, 프랑스 총리 산하 기관, 영국 민간 환경단체 등과 만나 동참을 요청한 상태다. 월드뱅크(WB)에서도 CF연합에 세계포럼 참여를 제안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CF연합은 올해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OP뿐만 아니라 세계에너지총회(WEC)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정부 역시 올초 한미일 정상회의 공통의제에 'CFE 국제 확산'을 올리기 위해 조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CFE 이니셔티브에 지지 의사를 밝힌 국가는 현재까지 UAE, 사우디아라비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5개국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 엑슨모빌 등 글로벌 기업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일본도 상당 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세계 각국과의 통상회담에서도 CFE 이니셔티브를 적극 제안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포스코 등 에너지 수요기업들이 CFE 사용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인정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만큼 올해 CFE 인증제도 시범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CF연합을 통해 공급·조달·유통·소비 등 CFE 전 과정에 걸쳐 인증제도를 설계하고 인증결과의 국가 간 상호인정도 추진한다. 올해말 CFE 인증제도 법제화에 착수하는 것이 목표다.

아울러 정부와 CF연합은 CFE 확산이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 캠페인) 등 재생에너지 확산과 상충된다는 일각의 오해도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정부는 COP28 기간에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용량을 3배 늘리는 국제 이니셔티브에도 동참했다.

이회성 CF연합 회장은 "재생에너지 확산은 필수 불가결한 흐름인데 이를 위해선 간헐성 문제를 보완해줄 다른 무탄소 에너지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RE100 확산 저해를 우려하는 일부 유럽 국가들에 CFE는 오히려 RE100을 돕기 위한 개념이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