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사(寺)'는 옛말…시끄러워진 한은, 부총리와 만남도 'OK'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확대 거시정책 협의회'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창용 한은 총재를 만났다. 기재부와 한은 간 정책공조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두 사람은 이른바 'F4회의(경제부총리·금융위원장·금융감독원장·한은총재)'를 통해 수시로 만나왔지만 이번 회의는 두 기관간 회의 성격을 띤다는 점이 특이점이다. 부총리가 한은을 방문한 건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이 총재는 취임 당시 세간에서 한은을 두고 '조용한 절간 같다'는 의미로 '한은사(寺)'로 부르는 것을 지적하며 "시끄러운 한은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 이런 변화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년 만에 한은 방문한 부총리…잠재성장률·역동경제 등 韓경제 구조적문제 논의최 부총리는 이날 오후 2시쯤 한은에 도착해 미리 기다리고 있던 이 총재와 만났다. 최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한은은 한국경제를 고민하는, 하는 일이 (기재부와) 비슷한 현인 동반자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한은으로) 오니 굉장히 설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이날 만남에서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기념촬영을 하던 중 키가 190㎝인 이 총재와 키 차이가 나자 최 부총리는 "제가 (계단을) 올라가면 되느냐"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두 기관간 거시정책협의회는 2011년 신설 이후 부기관장이 참석해 거시경제 관련 주제를 놓고 토의하는 회의체다. 이번에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법을 모색하고 기재부가 추진 중인 역동경제 로드맵 마련 등에 있어 두 기관간 정책 협력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협의회를 기관장급으로 격상해 확대거시정책협의회로 열렸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 해결과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최 부총리는 현 경제상황과 관련해 과도한 규제, 기업 성장 사다리 약화 등으로 산업·기반 전반의 역동성이 크게 저하됨과 동시에 생산연령인구 감소 등 인구위기가 현실화하며 잠재성장률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 부총리는 "혁신 생태계 강화, 공정한 기회 보장, 사회 이동성 제고 및 저출산 등 인구위기 극복 등 우리 경제의 역동성 회복을 위한 정책과제를 모색할 것"이라며 "이를 토해 성장과 분배,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한 경제·사회 시스템 구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고부가가치 창출 글로벌 선도기업 부족 △보호무역 등 통상환경 변화와 중국 특수 소멸, 수도권 집중화 및 지방 인구 유출 등을 주요 구조적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해 유휴노동력의 노동활용도 제고와 ICT(정보통신기술) 제조업의 경쟁력 유지 및 산업간 융합 촉진, 공급망 다변화 등 대외리스크에 대한 선제적 거점도시 육성 등을 통한 수도권 집중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기재부와 한은은 이번 회의에 이어 차관급 거시정책협의회를 정례적으로 개최키로 했다.
달라진 한은, 정부와 소통 강화…이 총재, 하반기 중 기재부 방문 추진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6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4.2.6/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번 회의를 두고선 이 총재 취임 이후 달라진 한은의 모습이 확연히 드러났단 평가가 나온다.

과거 기재부 장관과 한은 총재의 만남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가 됐다. 1998년 한은법 개정 이전까지는 재정부 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한은을 수시로 드나들었지만 이후에는 한은을 방문하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한은이 독립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2009년 2월 윤증현 전 장관이 한은법 개정 이후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은을 방문한 게 대서특필됐을 정도였다.

이후 두 기관 간 교류문턱이 본격적으로 낮아진 건 추경호 전 부총리와 이 총재가 취임하면서다. 추 전 부총리는 거시 금융·경제 현안을 논의하는 F4회의를 만들었고 두 기관장은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매주 만났다. 경제수석 시절 이 회의에 참가했던 최 부총리 역시 취임 이후 이 회의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와 교류를 피해왔던 한은도 적극적인 모습이다. 최근에는 기존 기재부, 금융위원회를 넘어 산업통상자원부로 인사교류 폭을 넓히기도 했다. 나아가 정책공조가 가능한 타부처로도 인사교류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부와 소통을 강조하는 이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다만 일각에선 한은의 최근 행보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은 본연의 역할에 소홀할 수 있단 지적이다. 정부와 소통을 강화하다보면 한은의 법정 업무인 물가·금융 안정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오히려 "한은이 정부를 만나 정부에 영향을 준다는 생각은 안 하느냐"고 반문한다. 실제 최근 한은의 제언이 정부 정책에 반영된 사례들은 여럿 있다. 예컨대 한은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원칙적으로 모든 대출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 내용은 지난달 정부가 발표한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포함됐다.

한편 한은은 이날 최 부총리의 한은 방문을 계기로 하반기 중 이 총재의 기재부 방문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