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꺾이는 사이에 기업부채 치솟았다… 부실위험도 커져

대한민국의 기업부채 상승률이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년 새 4.4%p(포인트) 하락했지만 기업부채는 오히려 4.2%p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법인·비은행금융권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부실화 위험도 커졌다. 다만 기업부채 대부분을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은 125.2%다. 전년 동기(121.0%) 대비 4.2%p 상승했다. 한국의 기업부채 비율은 홍콩(258.0%), 중국(166.5%), 싱가포르(130.6%)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상승 폭은 다섯번째로 가팔랐다.


이같은 기업부채 비율 상승은 가계부채의 하락과 대조된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0.1%로 전년 동기(104.5%) 대비 4.4%p 내렸다. 올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4년 만에 90%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부채 비율은 2018년 이후로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2019년 3분기 100%를 넘었고 2022년 3분기부터 120%대에서 완만하게 오르고 있다. 기업부채 증가 요인으로는 고금리로 인한 조달 비용 급증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늘어난 자금 수요가 꼽힌다.

기업부채에서 약 77%를 차지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급증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사업자는 사업자 대출과 가계대출을 동시에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DSR로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하면서 가계부채 수요 일부가 기업부채로 이동했을 가능성도 있다.


기업 대출 연체율이 2022년 이후 상승하면서 부실 위험도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소법인·비은행금융업권 대출 연체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중소법인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2.5%로 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1.3%)보다 약 두 배 높다. 저축은행·상호금융의 기업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각각 7.1%, 5.7%를 기록했다. 은행(0.5%)과 보험(0.4%), 여신전문금융회사(2.1%) 대비 높은 수준이다.

다만 기업부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개인사업자 대출의 부실이 금융 리스크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약 71조원에 달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의 만기가 2025년 9월까지 연장됐다. 지난해 9월 연장 조치가 끝난 5조2000억원의 상환 유예 금액도 금융회사와 협의 하에 60개월간 나눠서 갚을 수 있게 했다.

정부는 2022년 10월 새출발기금을 설립하고 코로나19(COVID-19)로 피해를 입은 부실 차주의 채무조정을 지원했다. 올해 2월부터는 개인사업자의 연체채권 매각 채널을 새출발기금에서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NPL(부실채권) 투자 회사로 확대했다.

김정현 한국기업평가 전문위원은 "배드뱅크(새출발기금) 활용과 부실채권 매각 확대는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이 금융회사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을 상당 수준 완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