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자금 조달서 안전한가…금융위, 6년만에 위험평가 추진

국내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 위험평가 연구/그래픽=이지혜

금융당국이 6년 만에 국내 자금세탁·테러자금 조달 위험평가를 추진한다. 2018년 진행한 위험평가에선 9개 자금세탁 관련 위험이 확인됐지만 테러자금 조달 위험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금융시장이 발달한 데다가 외국인 체류자 수도 증가한 만큼 6년 만에 진행하는 위험평가에선 테러자금 조달 위험이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국내 자금세탁·테러자금 조달 및 확산금융 범죄 위험평가' 연구를 추진 중이다. 해당 연구는 우리나라가 범죄수익의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에 얼마나 대비됐는지 평가한다. 연구 기간은 올해 10월20일까지다.


FATF(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는 회원국에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위험을 확인하고 평가하도록 요구한다. 이를 'NRA'(국가위험평가)라고 한다. 한국의 NRA는 2018년이 마지막이며 6년 만에 진행하게 됐다.

2018년 당시 발표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탈세·불법도박·보이스피싱·재산국외도피 등 9개 자금세탁 관련 주요 위험을 보였다. 특히 고액인 오만원권의 환수율이 낮다는 특성으로 현금거래에서 자금세탁과 탈세 등 범죄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국내은행의 해외점포가 비용 절약 등 명목으로 자금세탁 방지 시스템 구축에 소홀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테러 및 테러자금 조달 위험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국내에선 테러자금 조달을 도모하는 집단도 없을뿐더러 발생 사례도 극히 적어서다. 2014년부터 1년간 11차례에 걸쳐 IS(이슬람국가)에 200만원을 송금한 인도네시아인이 발각돼 한국에서 추방된 사례가 있을 뿐이다. 외국 금융당국이 우리나라에 테러자금 조달 관련 정보를 요청한 일도 1건뿐이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테러 및 테러자금 조달 위험은 갈수록 높아질 수 있다. 국내 외국인 체류자 수가 늘어나는 데다가 해외 송금 규모도 확대되는 추세다. 수입 등 무역 거래로 위장하고 테러자금 조달에 이용될 소지도 있다. 2018년 보고서에도 "소매금융 분야가 테러자금 이동에 이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고, 소액 해외 송금업자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금융위는 이번 NRA의 결과를 토대로 국내 자금세탁과 테러자금 조달 등 금융 위험을 진단할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2028년 FATF로부터 '상호평가'를 받는다. FATF 상호평가 결과는 국가의 금융시스템 투명성 척도로써 신용평가기관 등에서 활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앞서 2020년 FATF로부터 상호평가를 받았고 올해 추진하는 NRA는 당시 지적받은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2028년 상호평가에 대비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계획상 연구는 올해 10월까지이지만 국정감사 시기가 겹치는 등 문제로 연기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NRA 결과가 나오는 시기는 내년 초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