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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회장의 일 은행장의 일

박종면칼럼 머니투데이 박종면 더벨대표 |입력 : 2012.06.04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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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장들이 부러워하는 은행장이 있다. 바로 IBK기업은행장이다. 왜 기업은행장인가. 기업은행장 위에는 금융지주사 회장이 없기 때문이다.

우스갯소리 같이 들릴지 모르겠지만 은행장들이 모일 때 자주 나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금융지주사 체제에서의 은행장은 은행장이 아니라 '영업담당 부행장'이라는 자조적인 소리까지 나온다.

기업은행장과 지주사 체제의 은행장간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 우선 임원 인사권과 관련해서다. 금융지주사들에서는 은행 임원 인사에 대해 은행장은 지주사 회장과 '협의'토록 하고 있다. 문제는 협의라는 게 실행단계에 들어가면 간단치 않다는 점이다.

은행장이 지주사 회장한테 올린 임원 리스트를 그대로 수용하거나, 1~2명에 대해 다른 의견을 보여 회장의 의중을 반영해 인사를 하는 정도라면 그럭저럭 넘어간다. 문제는 그 폭이 큰 경우다. 그렇게 되면 은행 임원인사는 은행장이 아니라 사실상 회장이 한 게 돼 버린다.

더욱이 일부 금융지주사에서는 은행의 핵심 본부장 인사까지 지주사 회장이 해 버린다. 이제 은행장은 설 땅이 없다. 은행 간부들은 당연 금융지주사 쪽만 쳐다본다. 은행에서 일어나는 작은 일 하나까지, 은행장이 사석에서 한 말까지 지주사에 실시간으로 보고된다. 그것도 왜곡돼서.

은행장이 실세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또 하나의 판단기준은 예산 집행과 관련해서다. 인건비 같은 경직성 예산이 아닌 홍보 또는 사회공헌 예산을 누가 갖느냐는 것이다. 금융지주 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른데 은행장의 힘이 약할수록 지주 쪽에서 대부분의 예산을 집행한다.

홍보나 사회공헌 예산은 전체경비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대외활동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걸 막아 버리면 은행장의 대외활동이나 브랜드 관리는 원초적으로 제한을 받는다. 인사권이 제약받고, 대외 홍보비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면 은행장은 진짜 영업담당 부행장이 되고 만다.

이제 은행의 모든 일은 금융 지주사 회장이 주도한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사은 행사부터 직원들 연수 교육까지 은행장은 늘 회장을 앞세우고 다녀야 한다. 신문과 방송에 하루가 멀다고 얼굴이 나오는 것도 은행장이 아니라 회장이고, 언론사 등에서 주는 이런 저런 상도 회장이 싹쓸이 한다.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역할에 대해 혼란스럽다면 기본으로 돌아가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온다. 금융지주 회장이 해야 할 중요한 일 몇 가지를 꼽는다면 계열사 M&A, 지배구조와 관련된 주주관리 및 차기 후계자 육성, 주가관리 같은 전략적인 일이다.

이런 일들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도 시간이 남는다면 은행 측의 자발적 요청을 전제로 은행장의 이런 저런 활동을 도우면 된다.

은행 인사에 참견한다든가 홍보예산을 통제한다든지 또는 은행의 온갖 행사에까지 나서는 것은 회장이 할 일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주요 금융지주사 회장들은 적어도 장관급 내지 총리급이다.

은행장에 대한 통제는 연초에 맺는 경영실적 양해각서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은행장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면 된다. 물론 지주회장이 은행장 인사권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없지 않지만 이는 회장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 대상이 정치권력이든 감독당국이든 주요 주주든 회장 자리에는 오른 그 힘과 노력으로 은행장에 대한 인사권도 쟁취해야 한다.

금융지주사 체제가 도입된 지도 10년이 넘었다. 이제는 회장과 은행장의 관계도 조금 어른스러워져야한다. 낯 뜨겁지 않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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