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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만원으로 한달 살기' 1년했더니, 결국..

[웰빙에세이]120만원에 한 달 살기-12 / '120만원'이란 화두

김영권의웰빙에세이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입력 : 2013.03.04 06:01|조회 : 67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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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너면 배를 버려야 한다. 배를 메고 뭍으로 오를 순 없다. '120만원에 한 달 살기'는 나에게 배다. 넘치는 욕망과 소비의 강을 건너기 위한 배다.

나는 아직 그 강을 건너지 못했다. 나에게는 여전히 한 없이 벌고 원 없이 쓰고픈 욕망의 물결이 일렁인다. 그러나 지난 1년간 나름대로 열심히 노를 저었다.

이제 저기 멀리 뭍이 보인다. 저 뭍에 이르면 나는 배를 버리고 또 다른 길을 갈 것이다. 그 길은 더 넉넉하고 자유로울 것이다.

120만원의 현실에 맞추는 단순 소박

'120만원으로 한달 살기' 1년했더니, 결국..
120만원에 한 달을 산다는 것은 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굴레다. 역설적이지만 나에겐 그렇다. 나는 한 달 120만원을 생활의 굴레로 삼아 그 안에서 삶을 재정렬했다. 이런 과정이 번거롭고 구차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나에게 하나의 화두가 됐다.

120만원의 현실에 맞추는 단순 소박이 됐다. 이로써 나의 단순 소박은 구체성을 얻는다. 그 구체성 속에서 나는 단순 소박을 연습하고 구현한다. 그것이 잘 될 수록 나는 자유로워진다. 이 자유도 구체적으로 살아있는 자유이리라. 나는 내 안에서 120만원의 공간이 점점 넓어지는 것을 발견한다. 지속 가능한 '작은 경제'를 본다.

지난 1년 동안 참 쩨쩨하게 살았다. 개그콘서트에서 쪼잔한 남자 김기열이 돈 100원, 200원을 가지고 궁시렁대면서 자기가 옳다고 우긴다. 내가 꼭 그랬다. 나는 쪼잔한 남자, 인기 없는 남자였다. 돈을 쓸 때마다 따지고 투덜대는 남자였다.

그럴 수록 돈 들어갈 곳이 많았다. 돈 쓸 일이 많았다. 돈 없는 자유의 공간은 아주 좁았다. 그 안에 비집고 들어앉기가 쉽지 않았다. 그것은 분명 화두였다. 나는 아직 화두를 놓지 못했다. 파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제법 진도가 나갔다. 한 달 120만원에 맞춰 씀씀이를 조절했고, 그에 맞춰 욕망을 다스렸다. 쓰기 위해 벌고, 벌기 위해 쓰면서 쉼 없이 욕망의 눈덩이를 부풀리는 삶의 악순환 고리를 끊었다. 밀고 밀치면서 무리지어 달리는 숨 가쁘고 고단한 질주를 멈췄다.

이제 1년을 마친다. 2월엔 모두 예상대로 지출했다. 설과 어머니 제사에 70만원을 썼다. 설 차례와 선물에 40만원, 제사에 20만원, 세뱃돈에 10만원이다. 지난 11월에 남긴 30만원과 1월에 남긴 10만원에다 2월에 떼어낸 30만원을 합쳐 70만원을 만들었다. 이것을 뺀 2월의 순 생활비는 90만원이다. 나와 동생이 각각 45만원씩 썼다.

이로써 지난 1년 동안 나는 순수하게 한 달에 120만원을 벌고 120만원을 쓰면서 살았다. 비상금을 축내지 않고 무사히 1년을 마무리했다. 책 인세가 약간 들어왔지만 열외로 치면 완전 균형 인생이다. 정확하게는 1년간 1440만원을 벌어 1438만원을 썼다. 2만원 흑자다. 이 돈으로 오늘은 기념의 건배를 한 잔 해야겠다.

120만원 가계부와 관련한 글도 이쯤에서 맺는다. 2년차부터는 조금 다르게 할 생각이다. 120만원의 배에서 내리지 않겠지만 전보다는 널널하게 노를 저을 것이다. 딴 주머니도 차고 더 자유롭게 살 것이다.

자기만의 '작은 경제', 자기만의 '强小 가계' 만들기

사실 두 가지 얘기를 빼먹었다. 하나는 굿 뉴스고, 또 하나는 배드 뉴스다. 먼저 굿뉴스. 건강보험료 폭탄에 전전긍긍하던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신나는 전화를 한 통 받았다. 우리 집이 화천군에서 심사한 '2012년도 경관주택'에 선정됐다.

그러니까 '예쁜집 콘테스트'에서 뽑혔다. 상금이 얼마냐? 하하, 이건 영업비밀인데~ 좀 된다. 500만원이다. 그 소식에 짜릿한 엔돌핀이 솟는다. 갑자기 눈이 환해지고, 기분이 붕 뜬다. 살 맛 나고 행복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청서와 집 사진과 설계도 등을 챙겨 마감일에 쫒겨서 냈는데 그게 덜컥 되어 버렸다. 열아홉 집 가운데 네 집을 뽑았다니까 우리 집이 정말 예쁘게 잘 났나 보다.

예쁜 집에 뽑히게 되면 모하겠노? 그거야 기분 좋다고 소고기 사 묵겠지요! 진짜 그렇게 했다. 마을에 특별 회비를 내고 이웃 분들을 고깃집으로 모셨다. 그동안 가까이서 물주 노릇만 하시던 몇몇 분들께도 모처럼 한 턱 쏘았다. 그러니까 뒤풀이에 100만원을 쓰면서 기분 좀 냈다. 그리고 동생과 내가 특별 보너스로 100만원씩 챙겼다. 이 돈은 이제 동생과 나의 '딴주머니'가 될 것이다.

뜻밖에 '120만원 본회계'와 별개인 '특별회계'의 종잣돈이 생겼다. 그리고 남은 200만원 중 100만원은 올해 생활 비상금으로, 100만원은 새봄 집 단장에 쓰기로 했다. 올해는 마당에 잔디도 입히고 꽃과 나무도 넉넉히 심어야겠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 30년을 바라보고 나와 함께 할 나무를 심어야겠다. 예쁜 우리 집 살림 폈다.

배드 뉴스는 오피스텔 임대료를 올리지 못한 것이다. 새해부터 한 곳의 임대료를 몇 만원 올려야 재산세와 관리비용 등을 무난히 커버할 수 있는데 결국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연간 몇 십만 원 정도 적자가 날 것 같다.

또 한 곳의 오피스텔 세입자는 도중에 나가겠다고 한다. 다른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시간을 끌고 있는데 마음이 편치 않다. 요즘 오피스텔 경기가 좋지 않다. 공급 과잉에 따른 거품이 꺼지면서 공실률이 늘기 시작했고, 저금리 상황과 연동해 수익률이 가라앉고 있다.

이 여파로 내 수입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하지만 생각보다 불안하지 않다. 이렇게 돈에 대한 불안감을 던 것이 지난 1년 실험의 진정한 성과일 것이다. 적은 돈으로 잘 살 수 있다면 죽자 살자 돈에 매달릴 이유가 없다. 누구든 돈에 꺼둘리지 않으려면 부푼 욕망과 소비를 제어해서 돈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립능력을 키워야 한다.

덜 벌고 덜 써도 마음 편하고 넉넉한 자기만의 '작은 경제', 자기만의 '强小 가계'를 구축해야 한다. 그래도 불안함이 있다면 그건 그러려니 하자. 사실 삶이란 얼마나 불확실한가. 삶에서 확실한 것은 죽음 밖에 없다. 그 외에 불확실한 것은 불확실한대로 받아들이며 살 일이다.

정 안되겠으면 허리띠를 또 조이면 된다. 한 달 120만원 지출은 마음먹기에 따라 더 줄일 수 있다. 차를 팔면 당장 한 달에 15만~20만원 정도 여유가 생긴다. 그밖에 군데군데 붙은 작은 군살들도 빼면 된다. 그러나 나는 이쯤에서 몇 년 더 지내보려 한다. 더 조이지 않고 살아보려 한다. 아니 올해는 딴 주머니도 찼으니 조금 더 자유롭게 살 것이다.

이제부터 나의 딴 주머니는 '120만원 가계부'와 별도로 늘었다 줄었다 할 것이다. 때로는 기분 좋게 풀고, 때로는 용돈 벌이를 해서 채우리라. 일과 놀이와 벌이가 하나로 섞여 삶과 살림에 걸림이 없어지는 무애의 경지를 향해 나아가리라. 그건 또 얼마나 신나는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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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로그인grribbon  | 2013.03.07 14:16

글쓴이가 동생과 둘이서 120만원 가지고 생활이 가능한 이유는, 1. 월세가 안 나가는 자택이 있으며 2.노동을 하지 않아도 들어오는 120만원이 있어서다.그 120만원에서 차량유지도 하고 세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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