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부지 '기부채납 40%'‥현대차 "인수의지 변함없어"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일대./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 인수전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서울시가 도시계획 가이드라인을 공식적으로 제시하면서 사업성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됐다.

3일 서울시가 내놓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한전부지 개발에는 용적률 800% 이하에 기부채납률(공공기여) 40% 내외가 각각 적용된다. 특히 종전에 서울시가 밝혔던 '국제업무·마이스(MICE) 핵심기능'을 포함해야 하고 외국자본 지분율은 50% 미만으로 제한, 내국인이나 국내기업이 대표 응찰자인 컨소시엄형태로만 참여가 가능하다.


서울시는 이날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한전부지가 포함된 강남 일대의 72만㎡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는 내용을 발표한 후 한전 측에 부지 매각 공고문을 협의하자고 제안했으나 충분한 협의없이 입찰이 진행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토지매각시 잘못된 정보가 전달될 경우 시행단계에서 사업 지연이나 무산, 매각 관련 분쟁 등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도시계획에 대한 명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가이드라인 구체화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서울시가 밝힌 '한전부지 개발 가이드라인'을 모두 적용할 경우 사업성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업무기능을 하는 건물이 전체 7만9342㎡의 부지 가운데 약 19%를 차지한 1만5000㎡ 이상 들어서야 하는데다, 기부채납이 최대 40%까지 적용되기 때문이다.


물론 기부채납은 현재의 매각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계획이 수립되는 협상완료 단계에 별도의 감정평가를 시행해 산정된다.

여기에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상향됐지만, 용적률도 일반상업지역 최대 용적률인 800%이하 범위 내에서 적용받고 외국자본의 비율을 50%미만으로 한정시킨 것도 사업성을 낮추는 이유로 꼽힌다.

용적률 800%에 지상과 지하를 합쳐 총 연면적 50만㎡ 규모로 짓는다고 가정할 경우 공사비는 3.3㎡당 1000만원씩 적용하더라도 건축비만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엔 송파구 잠실 '제2롯데월드'처럼 인허가 과정 지연으로 늘어나는 비용은 계상되지 않았다. 이 같은 이유로 국내는 물론 외국투자자본의 유입을 망설이게 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지난 4월 한전 본사 부지가 포함된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약 72만㎡를 서울의 미래 먹거리 산업의 핵심공간인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한다는 계획하에 사업을 진행할 것이란 입장을 재확인했다.

권해윤 서울시 동남권마이스추진단장은 "공공성이 우선시 돼야 한다"며 "사업자 입장에서는 국제업무·마이스 기능을 포함시키면 그만큼 사업성이 떨어지겠지만 종합적인 계획을 벗어나 사업자 입장만을 배려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참여 지분 제한에 대해선 "투기자본 유입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투기자본을 막기 위한 방안이 되레 투자자본의 유입을 막을 수도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그 같은 우려 때문에 건전한 해외투자자본이 국내자본과 함께 합작해 개발을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개발목적에 부합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 같은 가이드라인 제시에 부지 매수를 희망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은 "충분히 예상했던 비율로 입찰 참여 계획에 변함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향후 부지를 인수할 경우 서울시와 구체적인 기부채납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부지가 10년간 땅값에 개발 비용을 합쳐 10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하지만 최소 2조원 가량 적자나는 '최악의 투자처'라는 한 컨설팅업체 분석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돈장사를 하려는 게 아니라 본사 건립 등 생산을 위해 부지를 사용하려는 것이니만큼 인수 의지가 꺾일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