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집값 2~3년 이내 대폭 조정 가능성 낮다”

올해 7월 한강 이남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4억원을 돌파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일대 한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제공=뉴스1

한국은행이 "향후 2~3년 이내 우리나라 주택가격이 대폭 조정될 가능성은 낮다"는 경제인식을 나타냈다.

3일 오후 공개된 10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회의에서 한 금통위원은 올해 아파트매매가격 상승률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높고, 주택보급률이 100% 이상인데 공급물량이 크게 늘어나 주택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없는지 관련 부서에 전망을 문의했다.

이에 한은 실무부서는 △1인 가구 증가추세 △주택구매력이 가장 큰 결혼 10년차 가구 2~3년간 증가 전망 △서울 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이 외국 주요도시 중간 수준 △서울 PIR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낮아진 점 등을 이유로 “2~3년 이내 주택가격이 큰 폭의 조정을 거칠 가능성은 낮은 것은 판단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에 한 금통위원은 “주택매매가격 상승률 전망을 고려하면 향후 대출 증가세 및 시중 유동성이 부동산 경기와 맞물려 적정 수준을 벗어나 더욱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했다. 다른 금통위원은 “전세가격 상승세 지속으로 가계부담이 증가하면 소비가 부진해져 주택경기 개선의 경기진작 효과가 상쇄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중소기업 대출 급증세가 부동산과 연관성이 높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이 중소기업 대출 증가율이 명목GDP 증가율보다 높은 이유를 묻자 관련 실무부서는 “운전자금보다 시설자금 대출이 크게 늘었는데 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부동산·임대업 등을 중심으로 늘었기 때문”이라며 “상가, 오피스텔 등 부동산 구입자금은 시설자금으로 계리돼 대출 증가율이 높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한은이 내년 3.2%의 경제성장률을 예상한 가운데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수출부진 장기화로 성장률이 3%에 도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총재가 금융통합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스1

한 금통위원은 “내년 우리경제의 제일 큰 리스크는 수출 부진”이라며 “중국 수출의 구조적 부진과 함께 내년 일본, 유로지역이 추가 양적완화를 할 경우 엔저 등으로 수출 부진이 지속될을 심각하게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은 “내년 민간소비 증가율이 낮을 것으로 전망되고 세계교역 신장률도 개선이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내년에 경제성장률이 3% 이상의 수준을 보일지에 대해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모 금통위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5%대로 경착륙할 경우 수출 뿐만 아니라 실물 및 금융부문 등 우리경제의 전 부문에 부정적 영향이 비선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글로벌 교역량 둔화 등 수출부진 요인들이 1년 이내 개선될 가능성이 낮고 특히 2016년 이후 수출시장에서 엔저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잠재성장률(가용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사용했을 때 물가상승 등 공급애로를 겪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최대의 생산증가율)이 하락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향후 3년 정도 시계에서 우리 경제의 지속 가능한 성장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고 관련 부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3%대 중반 수준이었던 잠재성장률이 현재는 다소 낮아졌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한 금통위원은 “3% 내외의 성장률을 불황으로 받아들이는 일반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통화정책에 상당한 문제가 초래될 가능성이 높고 물가의 경기에 대한 정보변수로서의 기능이 크게 약화된 상황”이라며 “잠재성장률 수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 최근 기업부채 증가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회사채 발행여건이 나빠지고 신용스프레드가 확대되는 것은 기업부실 우려가 높아진 영향"이라며 "저금리 기조에 편승해 장기간 연명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