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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선의 잠금해제]'커플천국 vs 솔로지옥’ 진짜 그럴까?

<31> 사랑은 자유를 타고 흐르는데 '결혼제도'가 주는 폭력은 없을까

신혜선의 잠금해제 머니투데이 신혜선 정보미디어과학부 부장 |입력 : 2015.11.13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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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랍스터 영화 포스터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더 랍스터 영화 포스터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개 한 마리와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가는 남자. 울지 않으려고 애쓴다. 다소 우울해 보이지만, 목적지인 호텔에 도착하니 체념인지 순응인지 자연스럽다. 직원에게 개를 소개하며 “얼마 전 이곳에 머물렀던 우리 형”이라고 말한다. 이 남자는 매니저가 직접 열쇠로 잠금장치를 해준 허리띠(일종의 정조대)를 차고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도록 허리 뒤로 돌려 수갑을 찬 채 첫 밤을 보낸다.

이상한 장면들이나 대화는 금방 이해된다. 호텔엔 규칙이 있다. 기본으로 주어진 45일 동안 ‘짝’을 찾지 못하면 원하는 동물이 되고 만다. 짝을 찾을 수 있는 시한을 늘리기 위해 이들은 매일 마취총으로 서로를 사냥한다. 잡은 사람 숫자만큼 머물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난다. 물론 구애 행위가 더 중요하다.

영화 ‘더 랍스터’(랍스터는 주인공이 짝을 찾지 못하면 되고 싶은 동물이다)는 끝 십 여분 정도만 빼고, 보는 내내 푹푹 키득키득 터지는 웃음을 어쩔 수 없게 만든다. 결혼이라는 제도의 모순, 자유를 잃은 사랑을 이렇게 대놓고 조롱하다니.

도시에 사는 남녀의 자격은 무조건 커플, 아니 부부여야 한다. 결혼하지 않은 이들은 불순분자고, 도시에 살 수 없다. 경찰은 솔로들이 도시에 숨어 살거나 혹은 침입했나 수상한 이들을 검문한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불신검문’ 앞에, 결혼유효기간이 남은 증명서를 제시한다.

체제에 순응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은 눈물겹다. 왜? 동물이 될 수는 없으니까! 호텔에 (강제) 입소된 이들은, 솔로 여자는 밤길에 강간당하고, 솔로 남자는 밥을 먹다 체해도 응급처치를 받지 못해 죽는다는, 그래서 무조건 커플이 돼야 한다는 정신교육을 받는다.

이들의 구애는 ‘동질성’ 찾기에서 시작한다. 짝을 찾으면 예비부부가 돼 커플 룸으로 이동해 섹스할 자유를 얻지만 다른 시험이 기다린다. 일종의 부부싸움을 하면 아이를 ‘투입받아’ 극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 모든 시험을 통과해야 부부의 자격을 얻고 도시로 갈 수 있다.

모든 사회에는 저항세력이 있는 법. 숲에는 이 체제에 반대하는 솔로들이 산다. 대장은 여인이다. 이들은 각자 사냥하고 각자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각자 춤을 추는 ‘각자도생’이다. 여기서는 정 반대로 짝짓기가 죄다. 수작을 걸거나 연애하면 발각 시 형벌을 받는다.

'사랑은 교통사고'라는 방송작가의 말을 빌려야 할 때다. 짝짓기가 지긋지긋해 호텔에서 사고를 치고 숲으로 도망친 주인공 앞에 운명적 사랑이 나타났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형벌을 받고, 그 사랑을 지키고자 하는 남자는 스스로 형벌을 주는 비합리적인 선택을 하려 한다.

모든 사랑이 결혼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아이를 금이 간 사랑의 해결 솔루션으로 이용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사랑은 궁극적으로 결혼으로 완성된다’는, ‘결혼은 행복하고 솔로는 불행하다’는 식의 무언의 이데올로기가 무겁게 존재한다.

불행한 커플과 행복한 솔로가 있다는 것을, 행복한 커플도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서 불행해짐을 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이가 차면 “왜 결혼하지 않는가”라고 습관처럼 묻고 성화를 부린다. 다수가 택하고 있는 결혼 제도가 소수 솔로를, 심지어 자신도 위협하는 무서운 폭력이 된다는 것을 애써 모른 척한다. '안 하고 후회하느니 하고 후회한다'고 하기엔 결혼이란 제도는 보지 않고 겪지 않아도 될 '어느새' 바뀐 인성의 바닥을 확인하는 처절한 과정이기도 하다.

전혀 감출 이유 없다는 투로 영화는 결혼 제도의 허구성을 꼬집지만, 영상도 음악도 이야기도 산뜻하다. 영화 '어느 하녀의 일기'의 주인공 레아 세이두는 이번 영화에서도 그 시크한 매력을 잃지 않았고, 매력가이 콜린 파렐은 섹시함을 잠시 버린 대신 우직한 순정파 중년으로 변했다.

이 땅의 솔로들이여 너무 슬퍼하지 마시라. 캐롤송이 울려 퍼지는 거리를 혼자 걷게 됨을 지금부터 비관하지 마라. 꼭 붙어 거리를 활보하는 이성 혹은 동성 커플 속내에 어떤 의심과 고독이 숨어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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