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통신비 인하'…실현가능성은?

20대 국회에서 가계통신비 인하 경쟁이 시작된다. 여야 모두 '국민경제'를 내세우며 주요 방안 가운데 하나로 통신요금 인하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계 및 정부에서는 정치권의 이같은 주장이 인기에 영합해 현실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통신비 인하의 선봉은 3선에 성공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우 의원은 17일 "19대 국회에서 여당의 반대로 기본료 폐지법안이 처리되지 않았다"며 "20대 국회가 시작되면 제일 먼저 이 법안을 다시 발의하겠다"고 포문을 열었다.


19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야당 간사인 우 의원은 지난해 2만원대(VAT 별도) 무제한 통화를 담은 데이터중심요금제의 산파역할을 했다. 이어 1만원 안팎의 기본요금 폐지 역시 주장하고 있다. 관례상 원내대표, 상임위원장 자격이 주어지는 3선 고지에 오른 우 의원의 발언권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재선인 배덕광 의원이 통신비 인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19대에서도 배 의원은 기본요금 인하를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서도 미방위 활동이 유력해 통신비 관련 정책에 깊숙히 관여할 전망이다.

반면 이동통신 기본요금은 가욋돈이 아니라는 것이 통신업계의 주장이다. 우선 이용자 명목상 기본요금 항목 자체가 없는데다 각 요금제 별 통화·SMS 무료제공 비용을 기본요금에서 충당한다는 해명이다.


아울러 기본요금이 폐지되면 통신3사의 적자전환이 우려되고 결국 이는 설비투자 및 고용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기본요금이 폐지되거나 줄어들면 그 액수만큼되면 고스란히 매출과 영업이익이 줄어든다"고 토로했다.

통신3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SK텔레콤 1조7080억원, KT 1조 2929억원, LG유플러스 6323억원이다. 가입자 당 1만원 상당인 기본요금이 폐지되면 매출은 매달 약 2631억원, 연간 3조1572억원이 준다. KT와 LG유플러스 역시 각각 1조8324억원, 1조3860억원 상당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기본요금 수익이 사라지거나 축소되면 이달 말 주파수 경매와 기지국 설비 의무화에 투입되는 수조원의 설비투자 비용을 집행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통신사들의 자율경쟁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 원칙"이라며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사기업의 요금체계를 강제하는 것은 자칫 자유시장경제를 침해한다는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우 의원은 "기본료는 이동통신 초기 설비투자비를 회수하게 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이미 초기 투자비 회수가 완료된데다 가계통신비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본료폐지는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20대 국회에서는 단말기유통법 개정, 혹은 폐지 논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단통법 이후 20% 요금할인, 데이터중심요금제 등이 도입되고, 제도도 안정적으로 운용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단통법에 대한 비판여론은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단통법에 비판적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역시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단통법의 문제를 개선하는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다수인 새누리당이 소극적으로 임하면서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며 "새누리당이 독점한 미방위 상임위원장 자리 역시 야당이 맡아야 본격적인 통신비 인하를 위한 다양한 입법 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