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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No 소설책!… '순진한 영계'와 '노련한 요리사'

[MT서재]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패러디한 '치킨의 50가지 그림자'…'소설재미+요리정보'

MT서재 머니투데이 신혜선 문화부장 |입력 : 2016.05.08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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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 No 소설책!… '순진한 영계'와 '노련한 요리사'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맛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의 50가지 닭요리 레시피’라는 책 띠 지는 이 책이 무슨 책인 명쾌하게 밝힌다. ‘참, 요리책이 거창하기도 하네!’ 하면서 옆으로 치울 찰나. 어…. 표지 왼쪽 상단에 시선이 고정된다. ‘요리책으로 패러디했습니다’. 뭘? 가만, 50가지 그림자라….

“정신을 못차리겠다. 저 사람의 손을 보지 말아야 해. 침착할 수가 없잖아. 그는 고개를 외로 꼬고 나를 응시한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그 안광 앞에 나는 다시금 화끈화끈 몸이 달아오른다. 눈만 가지고 나를 요리하고 있네, 어떻게 이렇게 되지?”

푸하하.
이거야 원. 프롤로그를 읽고 나니 그제야 ‘느낌이 왔다.’ 서지정보를 집어 들었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를 패러디했단다. 세상에, 분류도 생활(요리)이 아닌 분명한 (영미) '소설'이다.

이 소설책의 주인공 나는 ‘닭’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도 아니고 요리되기 전 차가운 냉장고에 갇힌 몸, 식 재료이어서 ‘털옷’마저 홀딱 벗은 상태. 작가는 나를 ‘순진한 영계’(성별을 구분하지 않았으니 난 청년쯤으로 바꿔 해석하기로 하고)로 소개한다. 나의 파트너는 그만의 공간에 50개의 종류별 칼을 가진 ‘칼잡이’씨다.

나는 그가 나를 어떻게 요리할지, 매번 기대되고 흥분된다. 칼잡이는 크리스천 그레이(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남자 주인공)처럼 ‘독특한’ 특기를 보여준다.

칼잡이가 쓰는 각종 도구와 재료, 방법에 따라 나는 경험하고 변한다. 그는 내 몸에 버터를 구석구석 발라주고’(브랜드바닐라버터를 바른 로스트 치킨), ‘최고의 기름을 발라 윤기나는 몸을 만들기도 한다’. (엑스트라버진을 바른 가슴살) 세상에, ‘밧줄 묶기’라는 것도 처음 경험한다.

실은, 별거 없다. 우리 엄마들은 뱃속에 찹쌀과 마늘을 잔뜩 넣고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하얀 무명실로 꽁꽁 묶으신 지 오래 아닌가. 하지만 저자의 묘사방식은 차원이 다르다.

“손에 쥔 16플라이 노끈 다발로 봉긋이 솟은 내 가슴살을 스치며 그가 묻는다. 천연섬유 노끈이 건드리는 감촉이란 놀랄 만큼 관능적이다. 내 가장 깊숙한 곳, 가장 은밀한 그곳이 더 없이 맛있게 오므라든다.”

요리책? No 소설책!… '순진한 영계'와 '노련한 요리사'


오븐이 없는 우리나라의 일반적인 부엌에서 닭요리는 뻔하다. 삼이나 마늘을 넣고 푹 끓이거나 토막 내 만드는 볶음 탕(고춧가루 대신 간장으로 하면 안동찜닭이 된다), 제상에 올릴 때처럼 그저 찌기, 기껏해야 팬에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워내거나 달콤 매콤한 양념을 해 졸이고 기름에 튀기는 정도다. 닭 칼국수, 닭냉국…. 아무리 잘해도 50가지 요리는 나오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오븐’이라는 기구가 있으면 얘기는 달라진다. (하긴 닭요리만이겠나) 부위별로, 함께 하는 재료에 따라 전혀 다른 맛과 모습이 된다.

50가지 닭요리 방법을 담은 책이긴 한데 요리책으로 보면 정신이 사납다. 일일이 칼잡이의 손놀림을 읽고 해석을 해야 하니. 그래서 바로 그 맛, 소설이다.

작가가 권하는 대로 소설로 받아들이니 의인화된 관능적 묘사와 재치에 ‘키득키득’ 웃음이 삐져나온다. ‘닭’이라는 단어만 나오지 않으면 그 문장과 문단은 영락없는 19금 소설로 분류될 만하다. 주변 눈치 보시느라 전자책 보시려 하지 마시라. 주방 가까이 두고 본들 누가 뭐라 하겠나. 패러디는 패러디고 요리책은 요리책이다.

참, 미국에선 요리책 중 ‘~50가지 그림자’ 패러디가 꽤 나온 모양이다. 그중 이 책이 단연 인기라고 한다. 출판사는 작가가 요식업계에 종사한다는 정도의 정보만 알려있다고 소개했다. 요리사가 이 정도 표현력을 가졌다면, 닭 외에 모든 음식재료나 음식을 소재로 한 재미있는 글들이 나올 듯하다. 이미 다른 이름으로 여러 편의 소설을 썼다고 한다.

◇ 치킨의 50가지 그림자=F.L.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황금가지 펴냄. 232쪽/1만4800원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5월 7일 (07:51)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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