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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인재와 소프트웨어가 먼저다

광화문 머니투데이 강기택 경제부장 |입력 : 2017.03.01 05:03|조회 : 7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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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은 제로섬게임이다. 한쪽이 잃은 만큼 다른 쪽이 얻는다. 여당이 실책하면 반사이익은 야당의 몫이다. 지난해 4·13총선이 그랬다. 박근혜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의 공천 파동은 흔들리던 더불어민주당과 친문(친문재인)을 되살렸다. 게다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야당은 집권 직전까지 왔다.

총선 당시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26.7%)에도 뒤져 3위에 머문 민주당(25.5%)의 지지율은 현재 44%(한국갤럽 조사)까지 올라왔다. 문제는 이렇게 된 게 민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상대방이 못해서’였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뒤 두 달 동안 30%대에 머물렀다. 탄핵안 가결이란 이벤트가 있고서야 40%대에 접어들었다.

이는 역으로 어떤 정당이든 ‘상대방보다 못하면’ 앞으로 상황은 또 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폐족의 처지가 된 친박이 당권을 움켜쥔 채 버티다 보면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남이 못해서 5년이나 10년 뒤 화려하게 부활하지 못하란 법도 없다.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싸우는 구도에서 한쪽 편의 주류로 자리를 지키면서 세월을 낚다 보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람들은 잊어버린다. 과거의 실정조차 그리움이 되고 추억이 된다.

비극적인 일이지만 ‘누가 더 못하느냐’로 선거의 승부가 갈리는 게 한국 정치판의 룰이 됐다면 다가오는 대선에서 진 쪽은 새 정권을 망가뜨려 권토중래의 기간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정권이 바뀌는 순간 공수가 뒤바뀐다. 경제부문만 한정해서 보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새 정권이 마주칠 상황은 만만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적 보복 등에 맞서 스트롱맨들과 드잡이를 해야 한다. 지난해만 못할 것이라고 현 정권이 예상한 성장률, 언제나 부족한 일자리 등과 같은 난제도 풀어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알다시피 여소야대다. 대권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민주당의 의석은 국회 총의석 300석 중 121석(40.47%)이다. 다른 정당의 의석수는 더 적다.

야당끼리 사안별로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고 해도 새 정권을 공격해 ‘작동불능’으로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각 후보가 기획재정부에서 ‘예산’ 부문을 들어내거나 미래창조과학부를 해체하는 등 정부조직을 개편하겠다고 하지만 야당이 담합해 국회에서 가로막으면 새 정권은 일을 시작할 수 없다. 통과된다고 해도 시간과 에너지를 적지 않게 소모한다.

야당은 총리, 장관 등의 인준 과정에서 진을 빼놓을 수 있고 치명적인 타격도 가할 수 있다. 정작 해야 할 일을 하기도 전에 새 정권의 지지율은 떨어지고 국정은 동력을 잃을 것이다.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변하는 건 한순간이다.

막상 일을 하려고 들어도 야당이 막을 수단은 많다. 쟁점법안을 재적의원의 60%(180명)가 동의해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도록 한 국회선진화법과 같은 효과적인 무기도 있다. ‘대안 없는 비판’이란 전매특허도 있다. 이상론을 들이대며 잘하는 것을 잘한다고 하지 않고 그저 때리면 된다. 경제분야가 특히 그렇다. 수치로 표시되는 각종 경제지표는 정권의 무능을 부각하기에 좋은 재료다.

[광화문]인재와 소프트웨어가 먼저다
지금 대선후보들이 해야 할 일은 하드웨어를 건드리는 것이 아니라 현안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현실에서 잘 돌아갈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마련하거나 기존 것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국회의 역학구도에서 실현 불가능한 헛된 약속을 자제하고 ‘하고 싶은 일’보다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누군가 쓰러뜨리기 전에 자멸하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건 정적에겐 이로울지 몰라도 국가와 국민에겐 재앙이기 때문이다.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지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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