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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국민에게 추천하는 우리 고전의 문장

[신혜선이 만난 사람들]<6> 안대회교수가 말하는 고전의 힘 "해학과 직설 속에 숨은 놀라운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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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께는 '통곡의 집' vs 피로한 국민께는 '나 자신으로 돌아가자'
- 조선시대 파워블로거 7인의 문장의 품격을 해석하다


'문장의 품격' 저자 안대회 교수는 우리 고전이 &quot;삶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해준다&quot;고 말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문장의 품격' 저자 안대회 교수는 우리 고전이 "삶을 객관적 거리를 두고 볼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내가 죄를 지어 바닷가로 거처를 옮긴 후부터는 (중략) 산해진미를 입에 물리도록 먹어서, 물리치고 손도 대지 않던 옛날 먹거리를 떠올리고 언제나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곤 했다. (중략) 마침내 그 음식들을 분류하여 기록하고 틈이 날 때마다 살펴봄으로써 고기 한 점 먹은 셈 치기로 했다. (중략) 세상의 벼슬 높은 자들은 온갖 음식 사치를 다 누리면서 하늘이 낸 물건을 절제함 없이 마구 쓴다. 나는 내 경우처럼 영화와 부귀란 언제나 지속되는 것이 아님을 경계하고자 한다. 신해년(1611) 4월 21일, 성성거사가 쓴다.”

홍길동전의 저자, 조선 시대 선각적 사상가로 기억하는 허균이 쓴 음식 책 ‘도문대작’(푸줏간 앞에서 입을 크게 벌려 입맛을 다신다)의 서문 일부다. (‘문장의 품격’ 25~26p)

침을 질질 흘리다니, 푸줏간 앞에서 입맛을 다시다니. 당대 비평가이자 혁명가로 통하는 허균이 이런 글을 썼다는 게 의외다. 허균이 “선비가 도에 뜻을 두고서도 나쁜 옷이나 험한 음식을 부끄러워한다면 그런 사람과는 함께 도를 논할 수 없다”(논어)는 공자의 말씀을 모를 리 없었을 텐데.

하지만 솔직하고 직설적이지 않은가. '문장의 품격' 저자 안대회 교수(성균관대학교 한문학과)는 이 글에 대해 “음식을 주제로 한 가장 오래된 산문으로 통하는 멋진 글”이라고 소개한 뒤 “금기의 행동을 서슴지 않는 허균의 뛰어난 부분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한다. ‘솔직한 직설 화법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숨기지 않는’ 그의 문장은 사회현상을 질타하고 사회개조나 국가 혁신을 주장하는 무거운 논설(대품문) 만이 아닌 소소한 일상을 담은 산문(소품문)에서도 잘 드러난다는 것이다.

소품은 개인주의, 취향 등이 나타난 비교적 짧은 글이다. 당시 학자나 작가이라면 외교 문서나 백성을 다스리는 문제, 심성의 문제를 주로 다뤘다. 선비, 학자가 신변잡기를 쓰면 대접을 받지 못했지만, 일부 작가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안 교수는 “소품에 담긴 뜻이 대품에 비해 못하다 할 수 없다”고 일축한다.


- 조선 시대 학자, 그 시대 작가의 글을 읽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무엇보다 현대인이 읽어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꽤 많아요. 더욱이 책에서 소개한 조선 시대 7인 문장가의 산문은 고전이면서도 고전이라는 중압감이 없죠. 삶의 방식이 달라졌다 해도 우리 삶에 대해 객관적 거리를 가지고 볼 수 있는, 거리를 만들어주는 글이라고 할까요. ‘나도 다산(정약용)이 얘기한 것처럼 살아보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게 하죠. 우리는 18세기 영국 소설 읽으면서 꿈을 꾸기도 합니다. 거기 나오는 문제의식에 동감합니다. 400~500년 전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으면서 인생과 사회, 근본적으로 인간의 삶은 뭔가에 대해 생각하는 데 자극을 받잖아요. 우리의 고전은 그런 역할을 할 수 없을까요.

인문학도 서양철학 중심이 다수다. “우리 고전이 대부분 한문으로 돼 있어 중국 것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죠, 그보다는 우리의 근대는 자발적인 결과물이 아닌 일본에 의해 부정된 근대이기 때문에 조선 시대 하면 망한 나라, 부정해야 하는 게 더 많은 나라라는 인식이 작용하지 않나 합니다.” 일면 그렇다. 500년 동안 유지된 나라지만, 청산해야 할 유산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을 무시할 수 없다. 왕조, 가부장제, 남존여비, 선비 아닌 양반의 위세 그리고 한문. 대부분 조선 중기 이후, 조선 전체로 치면 짧은 기간에 부정할 것들이 많이 축적됐다. “하하하, 나열하니 부정해야 할 게 많긴 하네요.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 서문에서 7명에 대해 ‘조선시대 파워블로거’라는 호칭을 쓰셨어요. 그 시대 가장 훌륭한 문장가를 뽑으신 건가요.
▶장르 상관없이 조선 명문장가는 20여 명 뽑을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흥미롭고 이해하기도 다른 작가들에 비해서 쉬운 분들을 뽑아봤습니다. 주제나 문장의 혁신성, 참신성 부분에서 다른 분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해서요.

어떻게 보면 내밀한 글들입니다. 친구한테 보낸 편지니까 둘만 알아야 하잖아요? 그런데 문장이 괜찮을 경우 여기저기 돌려서 읽곤 했어요. 출판되지 않다 하더라도 서로 필사하고 함께 읽고. 누가 제문 쓴 건데 좋다 하면 돌려쓰고. 출판을 통하지 않고 가까운 사람끼리 돌려보고 그게 좋으면 가깝지 않은 사람에게까지 퍼지는 거죠. 지금으로 치면 파워블로거인 셈이죠.

- 당시 학자나 지식인의 고민도 컸을 것 같습니다.
▶그럼요. 이덕무의 ‘일본론’이란 글이 있어요. 일본에 대해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하느냐는 글입니다. 이덕무는 일본은 언제든 다시 들어올 수 있고 늘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봤습니다. 평화가 150년 넘게 이어지고 있지만, 일본의 문화를 보니 일본이 드디어 학문이나 예술 경제력 군사력 모든 부분에서 우리보다 낫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당시 대부분은 일본은 오랑캐고, 전쟁 빼고는 전부 뒤처진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요? 이덕무는 그렇게 보지 않은 거죠. ‘청정국지’라는 일본에 관한 단행본도 냈습니다. 반대로 다산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이 드디어 문화를 접했기 때문에, 문화를 접한 사람은 칼을 쓰지 않아 일본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다산 또한 이덕무 글을 보고 생각을 바꿉니다. 이처럼 당시 학자들의 고민은 작은 부분부터 정치, 사회에 걸쳐 다양하게 드러납니다. 현대인이 그런 것들을 내팽개치고 ‘옛날과 지금은 달라’할 성격이 아니라는 거죠. 참고할 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안대회 교수는 저서 '문장의 품격'에 실린 7인의 산문에 대해 &quot;지금 읽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quot;이라고 평가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안대회 교수는 저서 '문장의 품격'에 실린 7인의 산문에 대해 "지금 읽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라고 평가했다./ 사진=김휘선 기자

- 책에서 소개한 작품은 주로 일상 속 이야기를 담은 글입니다. 옛사람들이 자기의 마음이나 감정을 글로 어떻게 정갈하게 섬세하게 나타냈는지 은근히 재미있습니다.
▶ 일상생활에 밀착해 있는 고전 글들이 뜻밖에 많지요? 한문이라 번역을 해도 요즘 언어와 달라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이용휴는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어요. (이용휴는 안 교수의 연구실적으로 발굴된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안 교수는 이용휴를 ‘가장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작가’라고 평했다.) 정말 혁신적인 작가입니다. 이분의 문장은 짧고, 어려운 절이나 어려운 글자를 쓰지 않아요. 쉽게 읽히도록 씁니다. 주제도 신선하고 너무 선명해요. ‘이 사람의 집’을 읽어볼까요.

“이 집은 이 사람이 사는 이곳이다.
이곳은 바로 이 나라 이 고을 이 마을이고, 이 사람은 나이 젊고 식견이 높으며 고문을 좋아하는 기이한 선비다.
만약 그를 찾으려거든 마땅히 이 글 속으로 들어와야 하리라!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쇠신이 뚫어지도록 대지를 두루 돌아다녀도 끝내 찾지 못하리라! - ‘이 사람의 집’(차거기) 전문 ‘문장의 품격’ 53p-

‘이’가 무려 아홉 번이나 등장한다. 안 교수는 ‘저’의 존재를 암시한다고 풀이한다. “시보다도 짧아요. 주제는 인간을 볼(판단할) 때 ‘저것’에 해당하는 명예, 집안, 용모 등 외피를 보지 말고 사람 자체를 보라는 이야기입니다. 지금보다 더 심하지 않았겠나요. 사람을 평가할 때 능력은커녕 아버지 누구시고 고향이 어디고, 선대가 누구냐고 묻는 게. 그걸 짧은 문장에 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다른 글에서도 이분이 주장하는 건 인간성 회복입니다. 주제 의식을 쉽게 말하는 작가였습니다.”


- 책 제목이 '문장의 품격'인데, '문장'도 '품격'도 쉬운 단어가 아닙니다.
▶ 문장 하면 작가들이 쓰는 글을 떠올리죠? 하지만 작가들 빼고, 우리에게 대부분 필요한 문장은 이메일이나 문자 같은 겁니다. 아마 내가 평생 쓰는 문장의 90%는 그런 것들이 차지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논술이나 자기소개서 정도죠. 정말 필요한 건 그런 것, 실생활 글입니다. 책 안에 소개된 작품들은 1급 작가들의 글이지만 실제 생활에 다 필요한 겁니다. 요즘 개념으로 치면 실용문? 그런데 품격이 넘칩니다. 책에는 묘지명이나 편지글이 많습니다. 미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전달하려는 목적인 글이죠. 안부와 근황을 묻고, 생각과 의견을 말하고.

이덕무가 이석우에게 보낸 편지를 볼게요. “박제가 그놈 나빠 죽겠다. 내가 단 거를 더 좋아하는데 왜 자기가 다 먹고 나한테 보내주지 않느냐. 걔 혼 좀 내주라.” 재밌죠? 이분들은 일상에서 쓰는 글조차 굉장히 실험적으로 재밌게 쓰려고 노력했고 탁월함을 발휘합니다.

조선 시대 문장가로 통하는 이들 모두가 근엄하고 진지한, 일종의 국가주의에 빠져있던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격식을 최고로 여기던 시대였지만, 개성 넘치는 글쓰기 스타일이다. 허균과 더불어 이용휴,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이옥, 정약용 등 책에 소개된 7인의 산문은 안 교수 표현을 빌리자면 “지금 읽어도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이다. 그 시대 지식인의 일상에도 남녀 사랑, 부모 자식 형제간 그리움이 담겨있다. 시대를 바라보는 눈, 지식인으로서 경계하고 추구하고자 하는 가치도 고스란히 배어있다.


몇 작가에 대해 안 교수 해석을 더 들어보자.

박지원은 ‘문장 혁신가’다. ‘큰누님을 보내고’라는 조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죽은 사람을 위한 글에는 격식이 있었죠. 하지만 박지원은 철저히 파괴했습니다. 누나를 영영 보내면서 누나를 한 번 또 보낸 적(시집)이 있는 경험을 비유합니다.” ‘그때 강가에 멀리 나앉은 산은 시집가던 날 누님의 쪽진 머리처럼 검푸르고, 강물 빛은 그날의 거울처럼 보이며, 새벽달은 누님의 눈썹처럼 보였다.’ 이덕무는 이 글에 대해 ‘명문 중 명문’이라는 감상문을 남겼다.

이덕무의 글은 굉장히 섬세하다. “연암이 왈가닥이라면 이덕무는 조신하다고 할까. 재치 넘치는 문장이 많아요. 읽는 사람을 흥미롭게 해주는 부분들이 굉장히 강합니다.”

안 교수는 ‘칠십 리 눈길을 걷고’나 ‘책벌레의 전기’를 추천한다. ‘손바닥을 위로 펴서 눈을 받아 씹으니 맑은 향기가 감돈다. 눈에다 침을 뱉자 눈이 파랗게 바뀐다. 팔짱 낀 팔굽에 떨어져 쌓인 눈이 턱까지 닿을 듯하지만 털어버리고 싶지 않다. 따라온 마부는 주름이 잡히지 않은 뺨이 볼그레하고, 왼쪽 구레나룻은 숯검댕이 같은데 오른쪽 구레나룻은......과 같다.’(‘칠십 리 눈길을 걷고’ 중) “250년 지났는데 마치 현대인의 감각을 느끼는 것 같은 인상을 주지 않나요?” ‘아무리 시끄러워도 마음이 한가로우면 몸은 저절로 한가롭다.’ (‘한가로움’ 중)에 대해선 “군더더기 없이 하고자 하는 말을 다 했다”고 평한다.

박제가의 문장은 선이 굵다. 역시 그 안에 재치와 장난기가 있다. 장인이 죽었을 때 쓴 편지(‘광인의 인생, 장인의 생애’)에는 본인이 장인 부임지에 가서 기생을 건드렸으나 용서했다는 일화를 고백하기도 했다. 안 교수는 박제가의 글 중 제일 감동적인 글로 ‘궁핍한 날의 벗’을 꼽는다. 무관 백동수(이덕무의 처남)가 기린협(지금의 인제)으로 가는 이야기다. “서울에서 살 경제적 형편이 안 돼서 산골짜기로 낙향해 가는 사람을 보내면서 왜 이 사람이 낙향할 수밖에 없느냐는 비애를 담았는데 뛰어난 문장”이라고 읽어볼 것을 권했다.



안 교수는 독자들에게 이용휴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지'(환아잠)을 추천하며 &quot;자아가 상실된 시대일수록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quot;고 말했다./사진=김휘선 기자
안 교수는 독자들에게 이용휴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지'(환아잠)을 추천하며 "자아가 상실된 시대일수록 나 자신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휘선 기자

- 글에는 그 사람의 생각이 드러난다고 하죠. 농담 한마디에서도 격을 볼 수 있고.
▶ 당시 쓰는 글은 오히려 격식이 있었어요. 상투적이죠. 편지를 예로 들면 편지 쓰는 법을 담은 책이 있습니다. 날짜, 이름만 바꾸면 그만이죠. 조문객에 보내는 편지를 생각해보세요. 지금도 일정 격식을 따르죠? 1920~30년대 최고 베스트셀러가 이광수 ‘무정’이 아니라 편지 쓰는 법 같은 ‘간찰서식’인 거 아세요? 아버지, 선생님, 친구, 슬픈 일, 축하할 일을 인용할 수 있는 책입니다. 7인의 작가는 그런 격식을 파괴하고 자기 스타일을 고집한 이들입니다. 같은 편지에 비슷한 주제 같지만, 굉장히 다릅니다. 우스갯소리로 진지하게 근엄하게 농담을 섞기도 하고요.

- 대통령 선거가 끝났습니다. 거친 말과 사나운 글이 넘쳐나고, 19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내내 국민은 그런 '막말 공해'를 견디어야 했습니다. 새 대통령에게 추천하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요.
▶이번 대통령 후보 토론에 대해 뭐라고들 하나요? 과거보다는 좋아졌다는 평이지만, 토론 훈련이 돼 있지 않은 모습을 많이 보였죠. 남의 이야기를 경청할 수 있는 능력, 남한테 자기 이야기를 설득할 수 있는 말하기와 글쓰기 교육이 필요한데 그런 교육을 신경 쓰지 않은 결과입니다. 언어선택마저도 참 형편없고.

대통령께 추천이라... 어렵지만, 책에서 고른다면 허균의 ‘통곡의 집’(통곡헌기, 17~22p)를 권하고 싶습니다. 허균의 조카 허친이 집을 짓고 ‘통곡헌’이라는 편액을 내걸자 주변에서 비웃었어요. 허친에 이에 말합니다. “오직 미천함과 가난, 곤궁함과 궁핍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가 살고자” 했고, “하는 일마다 반드시 이 세상과 배치되고자” 노력했다.

허균은 그를 지지하며, 다시 명쾌하게 설명하죠. “(중략) 오늘날은 훨씬 더 말세에 가깝다. 국가의 일은 날이 갈수록 그릇되어 가고, 선비의 행실은 날이 갈수록 허위에 젖어들며, (중략) 또 현명한 선비들이 곤액을 당하는 상황은 막다른 길에 봉착한 처지보다 심하다. 그러므로 모두들 세상 밖으로 숨어버리려는 계획을 짜낸다. 여러 군자가 이 시대를 본다면 (중략) 통곡할 겨를도 없이, 모두들 팽함이나 굴원이 그랬듯 바위를 가슴에 안고 물에 몸을 던지려 하지나 않았을까? (하략)”

현실의 지배적인 힘과 흐름을 거역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이렇게 거침없이 나타낸 용기가 놀랍지요? 대통령은 통곡할 수밖에 없는 부조리한 현실과 비천하고 낮은 곳을 살피고, 통곡의 집을 기쁨의 집으로 만들도록 노력하기 바랍니다. (인터뷰는 선거가 치러지기 전인 4월 27일에 했다.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전제로 물은 질문이 아님을 밝힌다.)

- 독자들에게도 하나 추천해주시죠.
▶ 작년 대통령 탄핵부터 선거까지, 국민 모두 피로하죠? 책을 가만히 보세요. 등장인물 7인의 글 중 공통항목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한가로운 삶에 대한 열망입니다. ‘한가함의 열망’(허균), ‘이제는 한가롭겠구려’(이용휴), ‘한가로움’(이덕무) 그리고 정약용의 세파에 찌들지 않고 여유롭게 살길 원하는 글들.

당시는 우리에 비하면 한가로운 시기일 텐데 왜 이렇게 한가로움을 열망했을까. 당시도 그랬다는 겁니다. 사회적 갈등에 상처받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어요. 양반, 노론 아니면, 당시 상위 몇% 안에 들지 않으면 이른바 취직이 힘든 건 지금보다 더 심했죠.

그런 면에서 이용휴의 ‘나 자신으로 돌아가자’(환아잠)를 권하고 싶습니다. "(중략) 수많은 성인은 지나가는 그림자니/나는 내게로 돌아가리라./적자와 대인이란 그 마음이 본래 하나다. (하략)"

내 인생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 그것을 포기하면서까지 추구해야 할 것이 있을까요? 자아가 상실된 시대일수록 나로 돌아가야 합니다. 나의 인간다운 가치를 찾고 귀중함을 알고 살았으면 해요.

안 교수는 &quot;현대 고전학자들이 고전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quot;고 말했다/사진=김휘선 기자
안 교수는 "현대 고전학자들이 고전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김휘선 기자

안 교수는 “우리 고전이 독서물 가운데 적어도 5~10% 정도는 차지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유명인들이 어떤 주장을 할 때 우리 고전을 인용해 ‘이러이러했다~’고 하면 좋겠어요. 중국은 어떤 경우에도 자기들 고전에서 이야기의 근거를 찾아냅니다. 시진핑도 매번 논어 등 고전을 인용하고, 유럽은 유럽대로 그러죠. 우리만 우리 고전보다는 서양학문이나 중국의 고사를 인용하죠. 우리 고전에서 인용할 좋은 문장이 많은데.”

우리 고전은 평가 절하된 부분이 있다. 그들의 글이 형편없어서가 절대 아닐 것이다. 끝없는 외세 침략, 우리 힘으로 근대화하지 못한 역사, 글을 쓰던 도구와 거리 등 이유는 다양할 것이다. “그 거리를 좁혀주는 걸 현대 고전학자들이 해야 합니다. 영문학도 누군가 번역을 해야 읽을 수 있는 것처럼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 땅에서 쓴, 품격 있는 우리 삶의 이야기는 많을 것이다. 빠르고 시끄럽고 자기주장이 넘치는 시대. 말과 글이 한 사람의 ‘품격’을 가름할 수 있음을 우리 고전을 통해 경험해보는 것도 멋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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