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보금자리론 인기에 '내심 불만'…"소득기준 강화 필요"

정책 모기지 상품인 보금자리론이 불티나게 팔리면서 은행들이 내심 불만이다. 정부 지침과 고객수요에 따라 팔고 있지만 은행 수익에 큰 보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한다는 취지를 살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려면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소득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13일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올 1~4월 디딤돌대출을 포함한 보금자리론 판매액은 7조627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액 3조2871억원의 2배가 넘는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올 1~4월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6000억원이다. 가계대출 중 신용대출과 집단대출을 빼면 은행들이 판매한 주택담보대출은 대부분 보금자리론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가계대출 증가액에서 보금자리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정책 모기지 상품을 제외한 순수한 은행권 가계대출은 1조1000억원 증가한 반면 정책 모기지 상품은 5조1000억원 늘었다.

정책 모기지 상품 증가액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 16조8000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가 넘는다. 지난해 1분기에는 정책 모기지 상품 증가액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2%였고 연간 전체로는 12%에 불과했다.

보금자리론 판매가 늘어나면서 은행들은 겉으로 표시하진 않지만 불만이 많다. 보금자리론 판매 증가가 은행 수익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아서다. 일부 수수료가 있지만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보니 펀드 판매 수수료나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수수료와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금자리론을 판매하든 자체 대출상품을 판매하든 투입되는 노력은 비슷한데 보금자리론은 정책성 상품이라 금리가 낮아 은행이 받을 수 있는 판매 수수료와 관리 수수료도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권이 보금자리론 판매 비중을 낮추고 싶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다. 정부의 보금자리론 공급 한도 내에서 수요가 있으면 판매를 거절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은행권은 보금자리론의 취지를 살리고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소득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보금자리론은 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면 받을 수 있는데 연소득이 7000만원인 가구의 주택 마련을 정책성 상품으로 도와주는 것은 과도하다는게 은행권 주장이다. 연소득 7000만원을 월 평균 소득으로 계산하면 583만원으로 소득 10분위 중 상위 20%에 속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분기 8분위(상위 20%) 월평균 가구소득은 582만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의 모든 사람이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있는데 서민들의 내 집 마련 지원에 초점을 맞춰 소득기준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은행권 가계대출 증가액 대부분이 정책 모기지인 만큼 가계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서라도 정책 모기지 상품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