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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의 思見]'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오동희의 思見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입력 : 2017.12.20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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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재계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편집자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경영진 5명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이 재판은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뇌물과 부정 청탁이 오가서 유죄다’라는 명제를 증명하는 과정이다. 수학적 표현으로 이 명제가 참이면 유죄, 거짓이면 무죄다.

 이 재판은 형사범죄인 뇌물죄를 다룬다. 민사소송법이 ‘그랬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만으로 책임을 묻는 것과 달리 형사소송법은 ‘그랬을 개연성’ 정도만으로 죄를 묻는 것을 엄격히 제한한다.

 우리 형사법은 ‘합리적 의심이 배제될 정도의 증거 제시’를 요구한다. 한명숙 전 총리 때처럼 뚜렷한 증거 없이 “의자가 뇌물을 받았다”는 식의 재판은 안 된다는 얘기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증거재판주의) ①항은 사실의 인정은 증거에 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또 ②항은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법부가 과거 군사독재정권 시절 정치재판에 휘둘리면서 형사소송법의 정신을 잊은 데 대한 반성으로 2005년 참여정부 시절 취임한 이용훈 대법원장은 재임 기간 내내 이런 점을 강조했다.

 당시 이 대법원장은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술주의와 공판중심주의는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공판중심주의란 검찰의 기소 사실로 유죄를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죄추정의 원칙에 입각해 법정에서의 구술과 공판에서 제시된 증거에만 집중해 재판부의 독립성을 지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이재용 등에 대한 재판을 보자.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청탁’의 증거를 구성하기 위해 가장 우선해야 하는 것은 경영권이 무엇이며, 이를 승계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냐를 따지는 것이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인 경영권이 무엇이냐부터 난관에 봉착한다. 헌법이나 민법, 상법 등 그 어떤 법률에도 경영권이란 개념이 없다. 법률적으로 정의되지 않은 개념이란 얘기다.

서울고법 형사13부 정형식 부장판사는 지난 10월 19일 항소심 재판에서 “가능하면 다음기일 전까지 승계작업 뿐 아니라 경영권 승계도 청탁의 대상이라는 것인지 아닌지, 특검이 청탁 대상이라고 본 경영권 승계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서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근로자의 권리라고 하는 근로3권(노동3권: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은 헌법 32조와 33조에 보장돼 있지만 경영권은 어떤 법률에도 그 개념이 정의돼 있지 않다. 단지 노동3권에 상대되는 개념으로 관용적으로 쓰이는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부정청탁의 목적물인 ‘경영권 승계’의 의미가 모호하다는 얘기다. 어떤 과정을 거쳐야(지분을 30%를 가져야 하는 것인지, 50%+1주를 가져야 하는지 등) 경영권 승계인지가 명확하지 않은데, ‘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라는 전제를 근거로 죄를 묻기는 형사법상 힘들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됐든 그렇지 않든, 이제 이 부회장이 삼성을 제대로 경영할 수 있을지의 여부는 특검의 주장(경영권 승계를 목적으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부정 청탁을 했다는 주장)과 달리 그의 지분율과는 무관하게 됐다. 기업 경영의 힘은 주주의 신뢰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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