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변동성은 정상"…FRB 금리인상 '마이웨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FRB 본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주요 인사들이 최근 금융시장을 뒤흔든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 기조나 낙관적인 경제전망을 재고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FRB가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기대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이날 뉴욕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최근 증시가 급락한 게 별일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증시가 곤두박질쳐 낮은 수준에 머물면 경제전망에 반영할 것이고 이는 통화정책에 대한 내 견해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장 움직임이 그럴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로버트 캐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도 "시장에 일부 조정이나 변동성이 있는 건 정상"이라고 거들었다.

미국 뉴욕증시는 지난 주말 급락했다. 1월 고용보고서의 임금상승률이 부쩍 가팔라진 탓이다. 임금상승세가 인플레이션을 자극해 FRB의 금리인상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투매를 부추겼다. 파장이 이어진 지난 5일에는 다우지수와 S&P500지수가 2011년 8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다우지수는 한때 낙폭이 사상 최대인 1597포인트에 달했다.

공포에 질린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같은 날 취임한 제롬 파월 FRB 의장이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늦출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나오기 시작했다. FRB가 그동안 시장이 불안할 때면 통화정책 고삐를 늦추거나 구두개입을 통해 시장을 달랬기 때문이다.


에단 해리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fAML) 이코노미스트는 "위험자산의 취약성이 계속되면 FRB가 금리인상 계획의 재검토를 재촉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이달 말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할 발언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FRB는 올해 세 차례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연초 시장에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등의 효과로 금리인상 횟수가 최소 한 차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관측이 부상했다. FRB는 지난주 새해 첫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올해 성장세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데 대한 확신을 더해 시장 전망을 뒷받침했다.

더들리 총재는 이번 증시 급락 사태가 자신의 경기 낙관론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증시가 며칠 전에 비해 좀 떨어졌지만 1년 전에 비하면 급격히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뉴욕증시 대표지수인 S&P500은 최근 급락세로 올 들어 0.3% 오르는 데 그쳤지만 1년 전에 비하면 20%가량 높은 수준에 있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지난 6일 2% 안팎 반등했다가 이날 소폭 하락했다.

제임스 불라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투매 방아쇠를 당긴 1월 고용지표에 시장이 과잉반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고용지표상의 호재를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불라드 총재는 최근 몇 년간 고용지표와 인플레이션 지표의 경험적 관련성이 제로(0)에 가까웠다고 설명했다.

미국 고용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기침체가 끝난 2009년부터 급격히 호전됐다. 2009년 10월 10%에 달했던 실업률은 지난달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인 4.1%까지 떨어졌지만 FRB가 물가 척도로 삼는 근원 PCE(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상승률은 1.5%로 2012년 6월부터 목표치인 2%를 밑돌았다. FRB는 내년 말에나 목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WSJ는 FRB에서 자산가격이 높다는 지적이 나오기는 했지만 전처럼 경기침체를 일으킬 정도로 잠재적으로 위험한 거품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적은 없다고 지적했다.

FRB가 겉으로만 의연해 보일 뿐 속내는 편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FRB가 처한 딜레마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압력 아래 금리인상을 늦추면 인플레이션을 방치하는 게 돼 장기 금리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고, 반대로 금리인상을 재촉하면 시장 불안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