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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과로하는 설렌버거 기장은 없다

기고 머니투데이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입력 : 2018.03.28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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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과로하는 설렌버거 기장은 없다
벌써 한 20년쯤 된 것 같다. 스위스 취리히에서 이탈리아 밀라노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초반에 항상 듣는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기 시작하자 승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여 기장의 목소리였던 것이다. 당시만 해도 여조종사는 드물었다.

승객들이 왜 보이지도 않는 여 기장을 좋아했을까. 아마도 여성으로서 차별과 어려운 경쟁을 뚫고 그 자리에 올랐으니 실력이 탁월할 것이고 따라서 내가 탄 비행기는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2009년 1월 뉴욕의 라과르디아 공항을 이륙한 여객기가 이륙 직후 새 떼와 충돌해서 엔진 두 개를 다 잃었다. 설렌버거 기장은 회항을 지시하는 관제탑의 지시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하고 비행기를 허드슨강에 착륙시킨다. 기적적으로 155명 승객 전원이 무사히 구조되었다. 이 사건은 2016년 영화로 만들어졌고 설렌버거 기장은 다시 미국의 영웅이 되었다.

설렌버거의 이미지가 우리가 가장 원하는 조종사다. 위기 상황에서 실력 있고, 판단력이 뛰어나고, 침착하고, 인간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장이다. 설렌버거가 8개월 만에 복귀해서 첫 비행을 할 때 기내에 기장의 안내방송이 나오자 승객들이 환호했다. 한 승객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비행기를 탔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조종사들 세계의 현실은 그다지 낭만적이 아닌 모양이다. 세계적으로 항공기 수가 급속히 늘고 있어 조종사 부족현상이 심각하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0만명의 민간항공기 조종사가 있는데 보잉사에 따르면 앞으로 20년간 약 65만명이 충원되어야 한다고 한다. 그 20년 동안 4만대 이상 새 비행기가 출고되기 때문이다.

조종사 부족과 항공사들의 경영난 때문에 우리 국적기 조종사들은 과로에 시달린다고 한다. 조종사의 과로는 비행안전에 가장 큰 위험이다. 1997년 대한항공 괌 사고, 2013년 아시아나항공 샌프란시스코 사고도 부분적으로 조종사 피로 때문이었다는 미국 정부의 보고서가 있다.

그래서 비행시간이 많은 베테랑 조종사들이 중국 항공사로 이직하는 사례가 많다. 중국 항공사에는 1천 300명의 외국인 조종사가 있는데 한국 출신 기장이 307명으로 가장 많다. 특히 저비용항공사들은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조종사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무리수를 많이 둔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 문제는 큰 사고가 나기 전에는 수면 아래 있다. 언론도 잘 다루지 않는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 시한폭탄 같다.

어떤 일이든 과로는 금물이다. 조종사들은 승객들의 생명을 책임지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탄 비행기의 기장이 졸음운전을 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과로에 장사 없다. 집중력과 판단력을 잃는다. 설렌버거도 과로에 시달렸으면 달랐을 수 있다.

비전문가인 필자가 조종사들의 실력을 알 방법은 없지만 외국 항공기를 자주 타다 보니 최소한 터치다운은 아무도 우리 조종사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다른 실력도 좋을 것이다. 20년 전에 내가 탄 비행기의 기장은 비행기를 꼭 밀라노 시내 택시처럼 몰았다. 안전운항을 하는 실력 있는 조종사들이 좋은 대우 때문이라면 몰라도 열악한 근무여건 때문에 고국을 떠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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