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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다시 돌아보는 '적기조례'

MT시평 머니투데이 차두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연구위원 |입력 : 2018.07.05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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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다시 돌아보는 '적기조례'
1896년 11월 30여대의 자동차가 수많은 관중에게 둘러싸여 영국 런던에서 브라이튼까지 시속 22.5㎞로 주행하는 영상을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정부의 과잉규제 단골 사례로 등장하는 영국 적기조례 폐지를 축하하는 퍼레이드다.
 
1861년 시행된 적기조례는 시외에서 시속 6.4㎞, 시내에서는 시속 3.2㎞까지 제한하기도 했다. 1865년부터는 자동차 전방 55m 앞에서 마차를 끄는 말이 놀라지 않도록 낮에는 빨간 깃발을 흔들고 밤에는 랜턴을 든 사람이 반드시 자동차가 지나갈 예정이라는 것을 알려야 했다. 적기조례로 불리는 이유다. 세계 최초 도로교통법이란 타이틀을 달았지만 자동차 속도를 사람걸음 속도로 제한한 대표적 악법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적기조례 제정 당시 사용된 증기자동차의 기술적 한계도 인정해야 한다. 스팀보일러 폭발사고가 발생했고 증기기관이 뿜어내는 공해, 마부 실업자 증가는 일반 시민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1834년 페이즐리 주변에서 5명이 사망하고 부상자들이 발생한 증기자동차 보일러 폭발사고는 시장경쟁자인 기차운송업자들과 마차운송조합이 본격적으로 적기조례 제정을 위한 로비의 도화선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적기조례가 폐지되었을 때 과거 시속 40㎞ 속도를 자랑한 영국 자동차기술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변국과 비교해 커다란 격차로 뒤처져 있었다. 오스틴 자동차회사가 1922년 개발한 ‘오스틴7’ 모델이 프랑스, 독일, 일본, 호주 등에 완성차와 플랫폼 형태 등으로 수출하면서 영국 자동차산업이 부활하기까지 무려 70여년간 영국 자동차산업은 돌이킬 수 없는 암흑기로 기록됐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최근 정부 규제시스템의 핵심 키워드는 네거티브 규제혁신과 규제샌드박스다. 예전처럼 완성도가 낮은 위험한 기술들은 더이상 시장 출시는 할 수 없는 시대다. 하지만 기존 규제에 갇힌 새로운 기술,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모델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기간 관련규제를 면제해주거나 유예하는 규제샌드박스가 존재한다. 궁극적으로 규제 대상을 더 잘 이해하고 산업계와 협력해 보다 건강한 비즈니스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테스트베드다. 최근 딜로이트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포함된 규제샌드박스 현황을 살펴보면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네덜란드, 캐나다, 말레이시아 등 많은 국가에는 LIVE(실행 중), 우리나라는 PROPOSED(법안제출)로 표시돼 있다. 현재 관련 5개 법안은 언제 국회에서 처리될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비즈니스모델 활용과 산업화, 시장확보에서 다른 나라들에 뒤처질 확률이 높다는 의미다.

새로운 경험이 혁신을 낳고, 혁신을 경험한 세대가 더욱 뛰어난 혁신을 탄생시킨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연속적으로 작동하는 환경 마련에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렸고 그 핵심에는 규제혁신이 있다. 그리고 진정한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의 본질은 정부와 국회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사용자 판단에 맡기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새롭고 파괴적인 기술, 서비스, 비즈니스모델들은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빠른 속도로 진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보다 민첩한 규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느 국가나 과거 영국 자동차산업과 같은 돌이킬 수 없는 암흑기를 맞을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적기조례 폐지 퍼레이드와 같이 신나는 모습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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