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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코스닥벤처펀드 강요된 모험자본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입력 : 2018.07.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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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해상무역이 활발했던 17세기 전후를 '대항해시대'라고 부른다. 유럽 국가들은 아시아에서 도자기나 향료 따위를 가져다 팔아 막대한 이익을 올렸다. 그런데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아시아까지 가는 길이 험난했다. 폭풍우와 해적의 공격을 극복해야 했다. 무사히 돌아오기만 하면 막대한 수익을 올리지만 배가 침몰하면 모든 것을 잃을 위험이 있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사업이었다.

1602년 세워진 동인도주식회사는 최초의 주식회사다. 2~3년 걸리는 항해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고, 동인도주식회사는 이 자금을 대는 역할을 했다. 이 회사는 주식을 여러 투자자에게 팔았다. 투자의 성공과 실패를 분담한 것이다. 수많은 무역선이 아시아로 향하던 바탕에는 모험자본이 자리잡고 있다.

동인도주식회사는 오늘날로 치면 벤처캐피탈로 볼 수 있다. 기술과 아이디어라는 무역선이 중간에 난파할 수 있지만 상업화에 성공할 경우 막대한 이익을 올릴 수 있다. 벤처캐피탈 투자가 없다면 항해가 이뤄질 수 없다. 또 투자위험을 무릎 쓰더라도 더 큰 이익을 노리겠다는 성향의 투자자에겐 모험에 나서줄 기업이 필요하다. 그렇게 모험자본과 모험기업의 만남은 과거나 지금이나 산업발전 원동력이다.

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을 목표로 지난 4월 코스닥벤처펀드를 내놓았다. 코스닥에 돈이 돌면 벤처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지고, 새로운 성장동력도 생기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코스닥벤처펀드에 소득공제라는 혜택를 줬고, 개인투자자 자금 3조원이 몰렸다. 이미 상장된 주식에만 투자돼선 자금이 기업으로 흘러 들어갈 수 없다. 그래서 상장 기업 공모주와 CB(전환사채) 등 메자닌에 일정 부분을 투자하도록 강제했다. 특히 소득공제 혜택을 받으려면 펀드 설정 후 6개월 이내 벤처기업 신주에 자산의 15% 이상을 투자하도록 했다.

그런데 운용사들이 갑작스레 몰린 자금을 소화할 만한 물량을 찾기가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펀드를 팔았는데 요건을 갖추지 못할 경우 투자자들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말도 안되는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망한 기업을 살리는데 사용돼야 할 자금이 부실기업의 생명연장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상장기업의 공모가가 치솟는 부작용도 나온다.

세제혜택기간을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걸 보니 금융당국도 이런 사정은 알고 있는 듯 하다. 생긴지 불과 몇 개월 된 펀드 규정을 손질한다는 것은 세제혜택 조건을 잘 못 만들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애당초 규제, 조건 이런 단어들은 모험자본이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고 수급의 불균형 등의 문제를 야기 할 수밖에 없다.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면 움직이는 게 자본의 속성입니다. 하지 말라고 해도 돈 싸들고 가서 투자에 나설 겁니다." 한 PEF(사모펀드) 대표의 말이다. 모험자본을 키우려면 투자할만한 기업을 만들고 어설픈 규제를 없애야 한다. 아무리 양떼에 채찍질을 가하더라도 풀과 물이 없는 곳엔 가지 않는다.
[우보세]코스닥벤처펀드 강요된 모험자본

김명룡
김명룡 dragong@mt.co.kr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卽罔) 사이불학즉태(思而不學卽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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