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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목격자’의 태도

우리가 보는 세상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입력 : 2018.08.2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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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목격자’에서 상훈(이성민)은 아파트에서 우연히 살인 장면을 목격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처음 살인하는 장면을 목격했을 때, 신고할까 말까 고민하다 범인이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아채곤 마음을 접는다. 그 이후 그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 ‘침묵’으로 일관한다.

우리네 상황도 영화 속 화자와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나’는 감춘 채 목격이라는 증거를 제시하고 싶지만, ‘나’가 들통 나는 상황에서 진실의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영화는 한 사람의 침묵이 낳는 파장을 심도 있게 조명한다. ‘나’를 지킬수록 ‘남’은 더 파괴된다. 하지만 더 많은 사회적 악의 팽창을 막기 위해 침묵의 열쇠를 푸는 용기는 여전히 딜레마다.

시간을 반세기로 앞당기면 나치 체제 건설의 결정적 역할을 한 요제프 괴벨스의 비서로 일했던 브룬힐데 폼젤(1911~2017)과 만날 수 있다. ‘어느 독일인의 삶’을 쓴 폼젤은 고백한다. 악을 위해 충직하게 일하는 자신은 그저 시대에 끌려다녔을 뿐이고 ‘적극적 대응’을 주문하는 사람들도 그 시대에 살았다면 우리와 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역설한다.

모두 ‘목격’했으나 ‘묵도’할 수밖에 없었던 시대의 자화상은 그 시대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폼젤의 말처럼 인간이란 원래 주변의 관심보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존재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년 전 한 아파트에서 이런 광경을 목격했다. 선후배 사이인 듯한 두 사람이 건널목에서 갑자기 주먹다짐을 벌였다. 처음엔 후배가 몇 차례 두들겨 맞더니 이내 선배를 가격했다. 선배가 땅바닥에 쓰러졌는데도, 타격은 멈추지 않았다.

기자가 본능적으로 다가가 “그만하라”고 소리치고 나서야, 후배는 제정신을 차리며 공격을 멈췄다. 선배가 피투성이가 돼 정신을 잃고 있는 사이, 건널목 주변의 그 누구도 이 광경을 목격하고도 나서지 않았다.

‘목격 후 행동’은 사실 말처럼 쉽지 않다. 살인이나 폭력의 제2 타깃이 자신에게 돌아올 것이라는 암묵적 불안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시도하면 머릿속으로만 그렸던 불안과 공포의 이미지보다 훨씬 더 긍정적이고 효과적인, 의외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아니, 무엇보다 자신에게 떳떳할 수 있다.

폼젤이 쓴 책을 엮은 독일 정치학자 토레 D. 한젠은 이렇게 얘기한다. “자신의 작은 이기주의 때문에 현실을 외면하고 인간의 권리와 존엄을 지키는 일을 등한시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나쁜 행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시장의 힘을 과도하게 키운 것은 바로 신자유주의적 정책이다. 그로써 사회적 연대를 약속했던 사회 계약은 해지되었다.”

목격자의 태도가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 다만 방관과 침묵이 횡행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느끼는 ‘삶’이라는 게 존재할지는 의문이다.

[우보세] ‘목격자’의 태도

김고금평
김고금평 danny@mt.co.kr twitter facebook

사는대로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대로 사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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