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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남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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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8.12.2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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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를 부채상인(Merchant of Debt)이라고 부르던 때가 있었다. 차입매수(LBO)를 통해 상장회사 주식 전부를 인수하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LBO는 타인자본의 저렴한 속성과 이자 지불에 대한 세금혜택이 요긴한 거래다. 그러나 빚을 가장 전문적으로 잘 다루는 이들조차 실패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빚은 그만큼 어려운 것이다.

사상 최대 바이아웃은 2007년 텍사스 전력회사 TXU에너지 바이아웃이다. 약 50조원이었다(포스코가 시총 30조원이다). 그런데 TXU는 사상 최대인 동시에 사모펀드 최대 실패작이다. 이 딜은 사모펀드계의 고수들인 KKR와 TPG, 골드만삭스의 클럽 딜이었다. 아폴로와 블랙스톤도 채무인수로 참여했다. 그러나 TXU는 2014년 채무 약 45조원으로 도산했다. 미국 역사상 여덟 번째 규모의 도산이다. 사모펀드업계 최고수들이 모여 클럽 딜을 했는데 왜 실패했을까.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시장이 너무나 좋았기 때문에 노련한 투자자인 이들의 시야마저 흐렸다는 것이다. 둘째는 현물을 거래하는 기업들의 내재적 위험성이다. 이들 기업은 원래 LBO 대상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LBO는 필연적으로 해당 회사에 큰 채무를 남긴다. 이자 지불 능력이 관건이다. 현물은 가격변동이 심해서 문제다. 2011년 가스가격이 하락하자 TXU는 20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KKR와 골드만삭스가 이 점을 놓친 것은 놀라운 일로 여긴다.

비슷한 일이 2007년 아바야(Avaya) 바이아웃에서도 일어났다. 아바야는 TPG와 실버레이크가 약 10조원에 인수했다. 기업용 전화시스템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회사다. 약 6조원의 채무에 질식했다. 이 분야는 기술혁신이 급속한 분야이기도 하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민첩한 경쟁자들 때문에 실적도 악화했다. 2017년 도산했다.

부채는 결국 위험한 것이다. 부채를 가장 잘 다루는 부채상인들조차 이런 대형 실패사례를 만들어낸다. LBO펌들은 1990년대에 사모펀드로 이름을 바꾸었는데 부채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 때문이었다.

사람이든 기업이든 빚을 잔뜩 지게 되면 부채의 각성효과가 생긴다. 정신 바짝 차려 일하고 낭비를 줄이게 된다. 그런데 사회 전체가 빚에 중독되면 각성효과가 없다. 도덕적 해이만 생긴다. 내 주위에는 지금 금리가 너무 낮아서 돈을 빌려 쓰지 않으면 꼭 무슨 손해를 보는 것 같다는 사람도 있다.

원래 빚이라는 것은 미래의 건강과 생산력을 담보로 미래의 효용을 현재에 나누어 쓰는 방법이다. 부가가치와 복지를 창출하는 금융혁신이다. 그런데 미래의 생산력이 아닌 미래의 자산가격을 담보로 끌어쓰는 빚은 위험천만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는데 인류는 다시 빚으로 그걸 막았다.

우리가 쉽게 생각하는 ‘남의 돈’(세금 포함)은 도박이나 절도로 생긴 것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노동, 절약, 절제에서 생긴 것이다. 어렵게 만들어진 남의 돈을 쉽게 아는 사회는 필연코 붕괴한다. 주택담보대출로 가계부채가 천문학적이다. 미국은 계속 금리를 올린다. 새해에는 모두 빚을 줄여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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