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통합검색

[기고]세법에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가 있다

머니투데이
  • 박정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2019.04.15 16:59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블로그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글자크기조절
  • 댓글···

잘못된 행정해석과 과세실무 그대로 입법강행하는 건 '판결 무력화'

그리스 신화에는 프로크루스테스라는 악당이 나온다. 지나가는 여행자들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데, 거기에는 철로 만든 침대가 준비돼 있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여행자들을 침대에 눕힌 다음, 여행자의 키가 침대 길이보다 작으면 다리를 잡아당겨서 침대 길이에 맞춰 늘리고 침대 길이보다 크면 그만큼 잘라내서 잔혹하게 살해했다고 한다. 프로크루스테스에게는 여행자의 키가 아니라 침대의 길이가 기준이었던 셈이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라는 말은 이 이야기에서 유래된 것으로, 자기주장이 옳은지 그른지 따지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잣대에 무조건 맞추도록 강요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이는 간혹 세법에서도 보인다. 타당하지 않은 세법 규정이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불합리성에 관한 지적은 외면된 채 이에 근거한 과세가 강행된다. 심지어 과거에 사법부가 판결로 불합리성을 지적하면서 과세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고 선언한 행정해석이나 과세실무가 그대로 입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행정해석이나 과세실무는 ‘법’이 아니다. 그 자체로는 납세자나 사법부에 대하여 어떤 법적 효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더구나 그 내용이 불합리해 헌법 규정이나 조세법의 체계, 입법취지와 충돌한다면 더욱 그 법적 효력이 인정될 수 없고 과세의 근거가 될 수 없다.

사법부 판결로 불합리하다고 선언된 행정해석이나 과세실무의 내용을 바로잡지 않은 채 그대로 ‘법’에 규정하는 이른바 ‘판결 무력화 입법’이 강행되면, 과세당국은 “이제는 법이 있으니 과세의 근거가 마련되었다”고 강변하면서 불합리한 과세를 강행하게 된다.

이런 불합리한 입법을 통한 과세는 납세자들의 저항이나 조세쟁송을 불러일으킨다. 선거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사법부 권위를 존중하여야 할 과세당국이 앞장서서 사법부 권위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다.

외국에서는 불합리한 과세에 대한 불만이 역사적 사건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시민들의 반발이 프랑스의 혁명, 미국의 독립전쟁과 같은 역사적 사건의 단초가 되기도 하였다.

결국 불합리한 세법 규정의 입법이나 과세는 납세자들의 저항과 사법부 판결에 의해 저지되고, 그로 인한 부정적 영향은 불합리한 입법이나 과세를 강행한 주체들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게 될 것이다.

프로크루스테스가 결국 테세우스라는 영웅에 의해 자신이 만든 침대에서 자신이 여행자들을 해치던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죽게 되듯이 말이다.
박정수 변호사
박정수 변호사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오늘의 꿀팁

  • 띠운세
  • 별자리운세
  • 날씨
  • 내일 뭐입지
메디슈머 배너_비만당뇨클리닉 (4/1~)
남기자의체헐리즘 (1/15~)
블록체인

포토 / 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