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호의 책통]희귀동물과 새의 감각을 살피는 이유

“코페르니쿠스의 태양 중심 우주관은 중세의 낡은 사고를 밀어내고 계몽의 시대를 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다윈이 자연 선택의 원리를 발견하자 사람들은 세상사가 모두 신이 예정한 대로 진행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20세기에 들어서는 프로이트의 업적과 양자역학의 발달로 세계가 완전히 합리적으로 움직이지는 않는다는 것이(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알려졌습니다.”

‘과학의 열쇠’(로버트 M. 헤이즌 외, 교양인)에서는 과학적 발견이 한 시대의 지적 분위기를 결정짓는 모습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이제 ‘과학적 문맹’에서 탈피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살아갈 수 없다. “조류 독감의 전 세계적 확산, 줄기세포 연구의 윤리성, 핵무기 확산” 같은 문제를 모르고는 교양을 갖췄다고 말할 수 없는 세상이기도 하다.


‘고전은 나의 힘: 과학 읽기’(류대성·이수종, 창비)의 저자들도 말한다. “자연과학에 일어나는 커다란 변화는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 사회의 많은 분야에 두루 영향을 끼친다. 사회에서 영향을 받아 과학이 변화하기도 한다. 자연 과학의 흐름을 살펴본다는 것은 곧 인간 사회의 변화를 고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교양 과학서가 다양해지고 과학책을 찾는 독자도 점차 늘고 있다.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처참하게 파괴하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과학한다는 것’(반니)에서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예술적 감성이 없는 과학은 인간을 소외시키며 우리는 그런 과학을 신뢰할 수 없다. 우리가 과학을 신뢰하게 되는 것은 과학도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감성을 가진 인간이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라는 지적은 통렬하다.

‘상상하기 어려운 존재에 관학 책’(캐스파 핸더슨, 은행나무)에는 인간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터전이 아닌 미지의 심해저에 서식해 우리가 듣도 보도 못했던 기이한 동물들이 등장하고 있다.


저자는 동물학, 문학, 신화, 역사, 사회, 철학, 예술 등을 넘나드는 박물지적 지식으로 27종의 기이한 동물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새의 감각’(팀 버케트, 에이도스)은 새의 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 자각(磁覺), 정서 등을 살피며 새들이 세상을 어떻게 지각하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설명하는 책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새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저자의 생물학적 직관이 대단함을 확인할 수 있다.

두 책이 희귀동물이나 새에 대한 비범한 통찰을 보여주고 있지만, 저자들이 결국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인간이 갖지 못한 감각 세계의 재구성을 통한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일 것이다. 인간 사회의 변화를 고찰하거나, 교양을 갖추기 위한 기존의 과학서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해지는 교양 과학서를 읽으며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간만의 예술적 감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