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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과 승을 가르는 소리…'풍경소리'는 누가 울리나

[동네북] <31> 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대상작…구효서 '풍경소리'

동네북 머니투데이 고혜련 동네북서평단 교수 |입력 : 2017.03.25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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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출판사가 공들여 만든 책이 회사로 옵니다. 급하게 읽고 소개하는 기자들의 서평만으로는 아쉬운 점이 적지 않습니다. 속도와 구성에 구애받지 않고, 더 자세히 읽고 소개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모였습니다. 머니투데이 독자 서평단 ‘동네북’(Neighborhood Book). 가정주부부터 시인, 공학박사, 해외 거주 사업가까지. 직업과 거주의 경계를 두지 않고 머니투데이를 아끼는 16명의 독자께 출판사에서 온 책을 나눠 주고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동네북 독자들이 쓰는 자유로운 형식의 서평 또는 독후감으로 또 다른 독자들을 만나려 합니다. 동네북 회원들의 글은 본지 온·오프라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승과 승을 가르는 소리…'풍경소리'는 누가 울리나
구효서 작가의 '풍경소리'는 2017년 제41회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잔잔한 불교적 서정과 성찰을 느낄 수 있는 이 작품은 주인공 미와와 나, 그리고 모든 소리의 연원인 목소리가 등장하는 삼인칭과 일인칭 시점의 단편소설이다. 삼인칭 시점의 미와와 일인칭 시점의 나는 작품 안에서 폰트(font)의 시각적 차이로 확연히 구별된다.

뭔가 달라지고 싶으면 성불사의 풍경소리를 들으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성불사에서 지내게 된 주인공 미와는 성불사의 주승, 수봉, 좌자, 영차보살 등과 만난다. 미와와 절구성원의 대화 속에 나오는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는 불교적 사상을 전제하는 중의법과 함께 생각해야 이해가 가능하다. 미와는 성불사 풍경소리를 들으며 엄마의 죽음. 어린 시절 아빠의 부재를 떠올리고 미국에 있는 엄마의 무덤과 그녀의 고양이 상철이에 대한 죄책감을 좀 더 근원적으로 직면한다.

작품 끝부분에 불현듯 등장하는 모든 소리의 연원인 목소리는 평상시에 전혀 교감할 수 없는 존재이다. 그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의 대적이 적막 속으로 사라지려 할 때 풍경을 한 번씩 울려 적막이 적막으로 남아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그는 바람한 점 없어 풍경소리를 들을 수 없는 밤에 풍경소리를 울리는 존재이다. 목소리는 미와가 그리고 내가 성불사를 떠나기 전날 “승과 승을 가르는 찰나의 소리” 혹은 “소리가 너무 커서 들을 수 없는” 대적(大寂)소리를 듣고 그들은 한낱 금생(今生)의 미물임을 깨닫게 한다.

이 작품은 구효서 작가의 “꾸물거리는 유벽(猶癖)”의 소산이다. 유벽은 말 그대로 남들은 무심코 지나치는 일상사, 사람들, 동물, 곤충, 공기, 향, 소리 등에서 일반적으로 보고 느끼는 세계 저편까지 궁금해 하며 의도적인 시간낭비를 하는 버릇을 말한다. 1987년 등단한 구효서 작가는 자신의 유벽사이로 “비단뱀처럼 소설이 스르륵 스며들어” 작품이 탄생한다고 한다.
승과 승을 가르는 소리…'풍경소리'는 누가 울리나

그의 유벽으로 탄생한 '풍경소리'를 통해 이제 우리는 풍경소리를 상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을 느끼고 풍경을 통한 청각(소리)을 시각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풍경소리는 승과 승을 가르는 찰나의 소리라고 정의하지만 풍경소리를 보고 듣고 느끼는 이가 내 주변에 과연 몇이나 될까 궁금하다.

◇풍경소리(제41회 이상문학상 작품집)=구효서 지음. 문학사상 펴냄. 352쪽/1만4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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