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인 컷오프' 선택, 새정치 경선 구도 흔들었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기자

정세균 후보의 불출마 선언으로 새정치민주연합 당권 경쟁 '빅3'(문재인·정세균·박지원) 구도가 깨지게 된데는 '3인 컷오프' 제도가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26일 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당내에서는 전당대회 룰 결정을 앞두고 당 대표 후보에 대한 '3인 컷오프' 제도를 도입할 경우 '빅3'가 모두 살아남고 나머지 후보들은 경선과정에서 들러리만 서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뻔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로 전대가 진행돼 국민들의 무관심을 키우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였다.

이에 따라 '4인 컷오프' 제도를 도입해 '빅3' 뿐만 아니라 나머지 후보 한 명도 본선에 직행하도록 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있었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경선룰을 결정하는 전당대회준비위원회는 고심 끝에 기존의 '3인 컷오프' 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준비위 관계자는 "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기존 제도인 '3인 컷오프'를 유지하자고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외형상 이전 전대 관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4인 컷오프'보다 '3인 컷오프'가 오히려 빅3 이외 후보의 컷오프 합격 가능성을 높일수 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 '4인 컷오프'를 실시하면 빅3는 '당연히' 포함될 가능성이 절대적이지만, '3인 컷오프'의 경우 빅3 이외의 표들이 결집돼 빅3 가운데 한명은 제칠수 있다는 것이다.

기타 후보가 빅3 중 한명을 제치고 본선에 나선다면 전체적 판을 크게 흔들 것이란 계산이 반영된 것.

'3인 컷오프'가 '빅3'의 고민을 증폭시켜 결과적으로 정세균 후보의 사퇴를 유발했다는 분석도 있다. '빅3'가 모두 출마를 고수한다면 3인 컷오프가 이들로 고스란히 채워져 결국 야당에 대한 국민들의 변화 요구를 무시했다는 비판과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3인 컷오프에 빅3가 그대로 들어갈 경우 '그 나물에 그밥'이라는 비판으로 결국 야당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는 반발이 컸을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 같은 부분이 빅3 중 한명인 정세균 후보의 고민을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결국 유력한 당권 주자로 꼽혔던 정세균 후보가 26일 전대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이 같은 고민의 결과라는 지적이다.

또 3인 컷오프는 공교롭게도 당내 위기감을 불러일으켜 국회의원 30명이 뭉쳐 '빅3' 불출마를 끊임없이 요구한 원동력으로도 작용했다. 물론 의원들의 구성으로 봤을때 성명에 참여한 의원들의 속내는 분명 틀렸을지 몰라도 현 빅3 구도로는 더 이상 당의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는 절박감을 불러온 것이란 평가다.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정세균 후보의 불출마가 문재인·박지원 의원의 2파전 양상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며 "문재인 후보가 현재로선 가장 유력하겠지만 앞으로 시간이 남은만큼 새로운 후보가 뜰수도 있고 어떠한 변화가 있을지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