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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외발자전거 '비메모리'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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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진우 더벨 편집국장
  • 2019.05.07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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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초반 하이닉스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커다란 골칫거리였다. 2002년 하이닉스 채권단이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매각협상을 벌일 당시 금융권 출입기자들은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한빛은행(현 우리은행)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미국에서 매각협상을 하고 돌아온 당시 이덕훈 한빛은행장을 만나기 위해 밤늦게까지 서울 강남에 있는 그의 빌라 입구에서 ‘뻗치기’를 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만 해도 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을 새 주인으로 맞을 것처럼 보였지만 우여곡절 끝에 협상은 무산됐고 이후 힘겨운 ‘홀로서기’의 길에 접어들었다.
 
하이닉스는 2012년 ‘SK하이닉스’로 이름을 바꿔달 때까지 절치부심의 세월을 보냈다. 유동성 위기 이후 ‘부실기업’에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졸업과 함께 ‘알짜매물’로 부활하는 과정은 위기극복의 역사 그 자체였다. 국내 반도체산업의 부침이 여과없이 투영됐다. SK가 하이닉스 인수에 나설 당시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의 모험이란 평가가 뒤따랐던 것 역시 시황에 따라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업종 특성 때문이었다.
 
하이닉스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있다. 2004년 비메모리(시스템IC)사업을 매각한 뒤 ‘메모리 전문업체’로의 도약을 통해 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선언한 점이다.
 
당시에도 논란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수익성과 전망이 좋은 비메모리부문을 떼어내고 시장의 부침이 심한 메모리부문에 한정해 이른바 ‘외발자전거’를 탈 경우 장기적으로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 나왔다. “세계 굴지 반도체회사들이 메모리를 포기하고 비메모리를 오히려 확장하는 판에 채권단이 빚을 받으려고 무리하게 비메모리 매각을 추진한다”는 비판도 잇따랐다. 이때 두발자전거에서 떨어져나간 또다른 ‘외발 페달’이 바로 비메모리 반도체다.
 
그런데 당시 비판을 감수하며 눈물을 머금고 내다판 비메모리사업분야 중 하나(매그나칩반도체)의 인수후보자로 SK하이닉스가 최근 거론되는 것을 보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30년 비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133조원에 달하는 공격적 투자를 예고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메모리 반도체를 3대 중점 육성산업 중 하나로 선정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필두로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은 데 이어 비메모리 반도체까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지다.
 
당시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매각은 ‘재무개선’이란 피치 못할 사정 때문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위험한 외발자전거라던 메모리 반도체는 ‘반도체 코리아’를 이끌었고 이제 비메모리란 나머지 외발 페달을 달고 전진할 태세다. 민관이 손발을 맞춘 ‘비메모리’의 갑작스런 부각과 함께 팹리스·파운드리업종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5년 전 메모리-비메모리의 운명이 엇갈렸듯이 반도체산업의 역사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늦었지만 문제의식과 함께 목표를 세우고 변화를 모색한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이다. 대통령까지 모처럼 산업현장을 직접 찾아 천명한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은 언젠가 이뤄질지도 모를 완전한 ‘두발자전거 주행’의 출발점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더더욱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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