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광화문]대우조선, 안 팔 건가

머니투데이
  • 강기택 금융부장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19.06.05 04:45
  • 글자크기조절
  • 댓글···
발상은 대담했고 설계는 치밀했다. ‘풀 수 없는 매듭’ 같던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겨 메가 조선소를 만드는 방안 말이다.

대우조선 지분 56%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제안은 자금여력이 없어 인수를 꺼린 현대중공업의 마음을 돌렸다. 현대중공업을 중간지주회사인 한국조선해양과 사업 자회사인 현대중공업으로 나눈 뒤 산은이 한국조선해양에 대우조선 지분을 내놓고 한국조선해양 지분을 받는 거래구조가 결정적이었다. 삼성중공업과 함께 이른바 빅3 체제였던 세계 조선업의 구도를 빅2로 바꿔 두 조선회사가 함께 살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물론 이는 지역경제와 국가에도 이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세계 조선업의 패권을 잃지 않으면서 울산과 거제의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3월 권오갑 현대중공업 부회장에게 “축하한다”고 했다. 현대중공업의 2대주주인 국민연금이 물적분할로 한국조선해양을 만드는 데 동의했고, ISS와 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등도 주주들에게 찬성을 권고했다.

그렇지만 현대중공업이 한국조선해양 설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여는 과정에서 노조가 주총장을 불법점거하고 경찰을 폭행하는 동안 정부는 ‘무정부’ 또는 ‘무능’ 중 하나를 선택한 듯했다.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는 조선업 구조조정이었고 현대중공업은 그에 호응했다. 그런데 정부가 돕기는커녕 팔짱을 끼고 구경하는 모양새였다. 지난달 31일 임시주총에 맞춰 민주노총이 ‘총력투쟁’을 선언할 때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송철호 울산시장은 오히려 노조 편을 들었다. ‘반정부’였다. “한국조선해양이 서울로 가고 나면 울산의 현대중공업은 빚만 떠안은 껍데기 회사가 될 것”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지만 표가 중요한 지역 정치인들과 교육감도 노조를 거들며 매각을 통한 대우조선 살리기란 본질을 가렸다.

임시주총은 끝났지만 한국조선해양은 험로를 가야 한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주총 원천무효 소송에 돌입하겠다”며 전면파업 중이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도 총파업을 천명했다. 현대중공업과 채권단이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 현장실사를 나갔지만 민주노총 산하 대우조선 노조에 저지당했다. 2008년에도 한화그룹의 실사를 끝내 막아선 대우조선 노조다. 실사 이후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도 거쳐야 한다. 수주산업의 특성상 기업결합으로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논리로 현대중공업이 돌파를 시도하겠지만 유럽연합(EU)이나 중국과 일본 등이 태클을 걸 수 있다. 이를 거꾸로 생각하면 노조나 지역정치인들의 반대와 달리 그만큼 기업가치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일자리를 더 지킬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대우조선 노조는 그동안 산은의 매각방침에 반발, ‘해외매각 반대’ ‘동종사(조선업) 매각 반대’ ‘분리매각 반대’ ‘일괄매각 반대’ 등을 주장해왔다. 조선업을 하지 않는 국내 기업에만 팔라 하고 분리든 일괄이든 둘 다 안 된다고 하면 그대로 산은의 품 안에서 위기 때마다 구제금융을 받으며 연명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광화문]대우조선, 안 팔 건가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되면 여전히 침체된 조선시장에서 저가수주와 출혈경쟁 등 기존 방식대로 생존을 위한 악전고투를 해야 한다. 둘 다 살 수 없다고 봐서 대우조선을 팔려던 것이니 성사되지 못하면 둘 다 죽을 수 있다. 대우조선 처리는 다시 정부의 숙제가 되고 세 번의 공적자금 투입에 이어 매각 실패에 따른 책임까지 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그때 대우조선은 경제적 사건에 머물지 않고 정치적 리스크로 번질 것이다. 그것은 남의 일인 양 쳐다만 보던 정부에 더 감당하기 벅찬 일이 되지 않을까.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기자의 다른기사

칼럼목록

종료된칼럼

'동학개미군단' 봉기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부동산 유튜브 정보채널 부릿지
머니투데이 기업지원센터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