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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치매보험이 금감원에 남긴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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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화순 기자
  • 2019.07.16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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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자율상품 5000개 넘는데 담당 직원은 고작 4명..'명령권' 발동 안하고 안지켜도 그만인 행정지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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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가 금융감독원에 사전신고 안 하고 판매하는 상품종류가 5000개가 넘는데 금감원 직원 4명이 무슨 수로 분쟁이 터지기 전에 약관 문제를 잡아낼 수 있을까요? ”

금감원의 고유 역할 중 하나는 금융상품 약관이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적합한 지 사전 심사하는 겁니다. 가짓수가 가장 많은 게 보험상품입니다. 현재 판매 중인 5500개 상품 가운데 사전신고 상품은 200개에 불과합니다. 200개 중 의무보험 등 정책성 보험을 빼고 순수하게 ‘신위험률’에 근거해 출시된 상품은 50개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 나머지는 약관 검증 없이 자유롭게 판매되고 있다는 뜻입니다.

보험사들은 새로운 통계(신위험률)로 신상품을 만들면 보험료가 적정한지, 약관이 소비자 권리를 지나치게 제약하는지 등 사전 검증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보험사가 이미 검증받은 위험률로 상품을 만들면 굳이 신고할 필요가 없습니다. 금융위원회가 2015년 보험상품 자율화를 위해 사전신고 상품을 줄인 덕분입니다.

금감원이 최근 약관을 변경하라고 권고한 치매보험도 자율상품입니다. 수년 전 한 보험사가 치매발병 통계로 상품을 출시해 다른 보험사는 신고 없이 팔았죠. 계약 건수가 380만건에 달합니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부터 경증치매 보장 상품이 ‘이상 돌풍’을 일으키자 약관을 들여다보다 보험금 지급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 겁니다. 면책기간 1~2년이 도래하지 않아 대규모 분쟁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치매보험은 ‘운 좋은’ 사례일 뿐입니다. 자율상품 대부분은 약관이 적정한지 별도의 검증을 받지 않습니다. 보험감리국 담당인원이 4명에 불과해 수시 감리는 커녕 분쟁이 터진 후 약관 적정성을 따지는 일조차 버겁다고 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치매보험의 경우 약관 적정성을 따져보려 외부 전문가에 1인당 자문료 30만~40만원 씩 총 200만원이 넘는 비용이 들었다고 합니다. 올해 ‘예산’이 깎인 금감원으로선 ‘거금’이 나간 셈입니다.

2015년 보험상품 자율화 이후 부작용이 작지 않지만 보완 장치가 없다는 게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금감원은 치매보험 약관을 바꾸라고 권고했지만 스스로도 “행정지도라 법적 효력은 없다”고 말합니다. 보험사가 안 따라도 그만입니다.

물론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금융위가 보험업법 131조에 따라 약관변경 명령권을 내릴 수 있습니다. 계약자에게 불리한 내용이 있다고 인정되면 청문회를 거쳐 약관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명령권이 발동된 적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습니다. 선진국에서 ‘흔한’ 리콜 조치도 내려진 적이 없죠. 금융위나 금감원이 소비자보호국, 소비자보호처 등 조직 키우기는 열심이면서 정작 할 수 있는 일은 안 하고 행정지도만 남발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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