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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화진칼럼]롯데는 어느 나라 기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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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 2019.08.09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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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일어나면서 일부 기업들이 일본기업으로 오해받아 아니라고 해명하는 일이 일어났다. 단순한 오해는 해명해서 불식시키면 되는데 사실 복잡한 경우가 없지 않다. 한 회사가 어느 나라 회사냐의 문제는 생각보다 간단치 않다. 서구에는 이 문제만 연구하는 학자들이 있고 학위 논문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정도다.

글로벌 대기업이 여러 나라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고, 고용을 창출하고, 납세를 하고, 여러 주식시장에 상장해서 투자자를 유치하게 되면 그 회사의 정체성이 모호해진다. 활동이 주로 국내에 국한되어도 외국인 주주가 더 많은 경우가 있다. KB금융은 외국인 주주 비율이 67%다. KB금융은 외국은행인가.

흔히 주주의 정체성을 기준으로 보아왔다. 그러나 큰 회사에는 주주가 너무 많다. 그렇다면 경영권을 행사하는 주주는 어떤가. 이른바 ‘오너’가 일본인이나 일본기업이라면 회사 사업상의 중대한 결정을 일본사람이 내리는 셈이다. 독일 연방대법원은 회사의 국적에 관해 “기업의 활동에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결정이 내려지고 그 결정이 지속적으로 행동에 옮겨지는 장소”를 기준으로 제시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은 글로벌 여행과 디지털 의사소통의 시대에는 실질적으로 적용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또 기업집단에서는 오너와 각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별개다.

일단 특정 기업의 역사를 보아야 한다. 그 기업이 언제부터 한국에서 활동했고 한국 사회와 얼마만큼의 이해를 공유했는가다. 회사의 제품이 우리 사회와 어느 정도의 인연을 축적했는가. 그러면 삼성이 아무리 글로벌 기업이 되어도 한국기업이다. KB금융에 아무리 외국인 주주가 많아도 한국의 은행이다.

다음으로는 해당 기업이 현재 가지는 사회적 의미다. 이 기준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최근의 조류에서 특히 중요하다. 주주들에게 가지는 의미가 아니라 이해관계자 전체와 사회에 대해 가지는 의미다. 가장 중요한 변수는 고용창출 실적과 납세 규모다. 이익배당이 아니다.

현재 논란이 되는 롯데의 경우 판별하기가 어렵지 않다. 전반적으로 한국기업으로 대우해야 맞다. 그러나 롯데는 일견 한국기업이라는 이유로 중국으로부터 큰 불이익까지 받은 적이 있는데 왜 여론은 호의적이 아닐까. 답은 한국 특유의 사회적 가치 기준에 미흡했기 때문이다. 고용과 납세 실적을 넘어서는 더 큰 그림을 ‘미처’ 못 본 것이다.

정체성을 의심받기 쉬운 역사를 가지고 있고 더구나 그 역사가 민감한 한일관계에 엮여 있다면 국제관계를 더 감안한 경영전략을 세웠어야 한다. 일본에서 사업하면서 일본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주는 마케팅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일본 바깥, 특히 가장 중요한 한국에서는 단기적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더 조심했어야 했다. 재미 교포들이 자녀가 이른바 ‘바나나’라고 해서 한국 사회에서 배척당할까 봐 특별히 정체성 교육을 시키는 것과 같이 했어야 한다.

해외에서는 아직도 삼성과 LG가 한국기업인지 모르는 소비자들이 있다고 한다. 글로벌 경제 시대의 단면이다. 그러나 최근의 조짐처럼 세계가 보호주의 시대로 나름대로 회귀한다면 기업과 국가 브랜드는 지금보다 더한 공동운명체가 될 것이다.

필자가 오랫동안 국제적 활동을 해 본 경험에 의하면 한국인은 반드시 한국인이라는 범주에서 평가받고 대우받는다. 영어를 잘하고 국제학계에서 이름을 세우고 친구가 아무리 많아도 그네들은 나를 어디까지나 한국인으로 대한다. ‘국적을 초월한 글로벌 인재’라는 것은 필자 경험으로는 환상이다. 글로벌 한국기업들도 이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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