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행 2주만에 다시 방위비 협상…트럼프 '나토'에도 압박 예고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정은보 외교부 한미방위비분담 협상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외교부에서 브리핑을 갖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 후 브리핑장을 나서고 있다. 이날 내년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을 결정하는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 제3차 회의는 파행 끝에 조기 종료됐다. 2019.11.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행으로 끝났던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체결 협상이 오는 3~4일 다시 열린다.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지만 한미 간 간극이 워낙 커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같은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분담 확대를 압박할 전망이다.

◇파행 후 2주 만에 재협상…정부 "인내를 갖고" 미국과 협상=1일 외교부에 따르면 제11차 한미 SMA 체결을 위한 4차 회의가 3~4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다. 미국 협상단이 자리를 뜨며 파행으로 마친 3차 회의(11월 18~19일) 후 약 2주 만이다. 방위비 협상은 통상 한 달에 한번 열렸지만 10차 SMA 종료 시한(12월31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내타결을 위해 조기 협상 재개로 의견이 모아진 걸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미 간 간극이 워낙 커 이달 내 합의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측은 11차 SMA 협상이 개시되자 우리 측에 내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올해의 5배 수준인 약 47억 달러의 총액을 제시했고, 총액을 맞추기 위해 기존 SMA에 없는 항목의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화됐다. 한국은 미국이 바라는 수준의 증액을 수용할 수 없고, 항목 역시 SMA의 기본 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원칙적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같은 날 제임스 드하트 미 국무부 방위비 협상대표도 ”우리의 공정하고 공평한 방위 분담 요구에 (한국 협상팀이) 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문제는 미국이 올해 분담금(1조389억원, 약 9억 달러)보다 5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총액이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요구란 점이다. 한미협상팀 차원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이성호 방위비협상 부대표는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미국이 총액 47억~50억 달러를 제시했고, 한국에 낼 수 있는 총액으로 얘기해 달라고 했으나 우리는 원칙론을 개진하고 있는 게 맞느냐”는 의원 질의에 "대략적으로 맞다“고 답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 사무총장과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에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회원국 분담금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토는 트럼프와의 회담에 앞서 내년 말까지 미국을 제외한 회원국들의 방위비를 1000억 달러가량 늘릴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19.04.03.

미국이 연내타결을 밀어붙이기 위해 방위비 협상과 다른 분야를 연동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트럼프의 공약 이행 성과를 조속히 만들기 위한 차원에서다. 한 소식통은 “미국이 강력히 연내 타결을 목표로 하는 것 같다”며 “10차 협상을 1년 연장하거나 미타결 되는 상황은 수용할 수 없다는 게 미국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분담 증액 압박은 3∼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유럽과 캐나다 등을 겨냥해 반복될 전망이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회의에서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과 부담 공유 문제를 논의하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취임 초기부터 '나토 무임승차론'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29개 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 확대를 요구해 왔고, 그간 독일 등이 국방비 지출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며 비난해 왔다.

동맹국을 향한 트럼프의 전방위적 증액 압박에 미국 내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 조시 로긴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칼럼에서 트럼프가 한국에 50억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다는 뉴스를 가리키며 "트럼프는 이걸 '거래의 기술'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문재인 정부에게는 정치적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는 모욕"이라고 했다. 로긴은 "김정은이 제시한 비핵화 협상 시한이 12월31일로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시한과 같다"며 "정상적인 정부라면 전자에 집중하겠지만 트럼프는 자신의 돈을 원한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