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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팬더믹,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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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2.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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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팬더믹, 세상을 바꾼다
창궐(猖獗), ‘못된 세력이나 전염병 따위가 세차게 일어나 걷잡을 수 없이 퍼짐’. 바야흐로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창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염병의 위험도를 총 6단계로 나누는데 최고 경고단계인 6단계를 팬더믹(Pandemic)이라 한다. 그리스어로 팬(pan)은 모두, 더믹(demic)은 사람을 뜻해 전세계 모든 사람에게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사실 팬더믹의 원조는 페스트균으로 유명한 14세기 ‘흑사병’이다. 남유럽에서 시작된 흑사병은 유럽 전역을 휩쓸며 불과 6년 만에 총인구의 3분의1 이상을 죽음의 길로 내몰았다. 기록에 따르면 1347년 이탈리아 피사에서 하루에 500명, 오스트리아 빈에서 600명, 프랑스 파리에서도 하루에 800명이 죽어나갔다. 당시 흑사병 이전 유럽인구는 4억5000만명 정도로 추산되는데 흑사병으로 인해 약 1억명 정도가 목숨을 빼앗겼다고 한다.
 
흑사병의 원인은 여러 가지 학설이 있지만 가장 유력한 것은 동방에서 유래됐다는 설이다. 즉 몽고군의 서방원정이나 비단길 등 교역과 관련이 깊다. 흑사병의 발원은 중앙아시아 대평원으로 들쥐에 의해, 정확히는 쥐벼룩에 의해 전파됐다. 당시 킵차크한국을 건설한 칭기스칸의 손자 바투 등 몽고군은 크림반도까지 진출하면서 흑해의 도시를 공격하는데 페스트로 죽은 시신을 투석기로 성 안에 던져 보내는 이른바 세균전을 시도한다. 이렇게 시작된 흑사병은 흑해를 출발한 선박들과 지중해 해운망을 통해 매우 빠른 속도로 번지기 시작해 불과 몇 년 새 유럽 전역은 페스트의 지옥이 돼버렸다.
 
흑사병은 이 세상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가장 직접적인 영향은 인구의 급격한 감소였다. 이는 노동력 부족을 의미하는 것으로 상공업 분야에선 인력감소가 공산품의 생산감소로 이어져 물가가 폭등했고, 농업분야에선 노동력 감소로 임금상승을 촉발해 농노제도가 붕괴되면서 궁극적으로 장원제도가 무너지는 원인이 됐다. 이러한 변화에 가장 압박을 받은 것은 사회지배층인 지방영주와 정신적 지주였던 교회다. 봉건제도가 붕괴되고 도시재력가가 나타나면서 중산층이 형성되는 등 자본주의가 잉태되기 시작했고 사회안정기능을 담당한 교회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인본주의, 르네상스가 본격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다.
 
팬더믹과 같은 전세계적 전염병의 대유행은 사회를 근본적으로 흔든다. 교통과 통신의 발달은 인류를 유익한 방향으로 이끌었지만 팬더믹과 같은 위험의 발생빈도는 ‘더 자주’, 발생주기는 ‘더 짧게’, 전파속도는 ‘더 빠르게’ 만들고 있다.
 
팬더믹으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국가적 비용은 애덤 스미스가 말한 개인의 이익추구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가져온다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더구나 고전학파의 후계자인 데이비드 리카도가 주장한 상대우위에 의한 교역, 즉 국제분업이 언제나 옳은 것인지도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지난해 일본의 반도체부품 수출규제와 이번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인한 중국 자동차부품 공급중단 등 여러 형태의 글로벌 공급망 붕괴가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거대한 변화의 전조인지도 고민해볼 문제다.
 
팬더믹은 인류의 생활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 따라서 소비패턴이 어떻게 변할지, 유통혁신은 어떤 방향으로 갈지, 창궐한 전염병의 대안인 바이오헬스산업에 대한 재평가는 이루어질지, 또 어떤 산업이 지고 어떤 산업이 각광받을지를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분명한 것은 팬더믹이 빠르게 전파되는 만큼 극복하는 시기도 더 빨라질 것이며, 무엇보다 그 이후 세상이 아주 많이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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