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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대통령이 되는 5개의 경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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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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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1 0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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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대통령이 되는 5개의 경로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ἄ)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ς)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영국 의회에는 매주 수요일 총리가 의원들의 현안에 답하는 ‘총리의 질의응답 시간’(Prime Minister’s Question Time)이 있다. 질문을 원하는 의원들이 일어서면 의장이 지명하고 총리는 곧바로 여야를 가로질러 놓인 탁자 앞으로 나와 대답한다. 야당 대표와 마주 보는 탁자의 넓이는 전통적으로 서로 칼을 뽑아 겨눠도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로 정해져 있다. 1시간가량 진행되는 이 질의응답을 보고 있으면 영국의 외교정책부터 런던의 하수구 문제까지 막힘없이 대답하는 총리의 국정파악 능력에 놀란다.
 
어떻게 총리가 보좌진의 도움 없이 모든 현안에 즉각 대답할 수 있을까. 개인차를 떠나 제도적인 이유를 찾자면 의원내각제의 힘이다. 초선의원이 된 이후 야당의 경우라도 ‘그림자 내각’(shadow cabinet)의 차관보나 차관, 장관을 맡아 각 부처를 돌면서 중진의원(front bencher)이 되기까지 20여년을 보내면 국정 현안을 거의 빠짐없이 파악할 수 있다. 1997년 집권한 영국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총리의 경우 일찍이 각 부처에서 순환근무토록 한 닐 키녹 노동당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예외적으로 빠르게 정치입문 14년 만에 총리에 올랐다.
 
대통령제의 최대 단점은 정치지도자가 되기 위한 체계적인 훈련과정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공적인 의사결정과정에 대해 아무런 경험이나 훈련이 없는 사람을 불쑥 불러내는 일은 위험하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대통령이 하는 일과 비슷한 의제들을 다루면서 대통령이 되기 위해 훈련할 수 있는 5개 직위가 있다. 첫째 국무총리, 둘째 서울시장, 셋째 경기도지사, 넷째 여당 대표, 다섯째 야당 대표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가 여타 지방자치단체장과 다른 점은 외교와 국방을 경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화에 대한 기여나 산업화 경험 또는 도덕성 등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그 위에 이와 같은 5개 직위를 거쳤다면 더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봐야 한다. 국민들도 어떤 후보가 이러한 자리를 거치면서 경제, 안보, 사회통합 등 국정 현안에 대한 문제해결능력을 갖췄는지 따져보면 된다. 한 후보가 이 5개 직위 가운데 2개나 3개 자리를 거쳤다면 더 훈련받고 검증받았다고 볼 수 있다. 8월의 여당 대표 선거가 치열한 이유는 단지 조직장악만이 아니라 이런 까닭이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갑작스러운 서울시장의 유고와 경기지사의 대법원 판결로 한국 정치의 흐름이 자유주의 가치를 지지하는 다원적 세계주의와 포퓰리즘에 열광하는 고립적 민족주의의 대결이라는 세계적 추세를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유럽의 경우 1990년 독일 통일 전후로 자유주의 혁명이 확산하던 시기가 있었다면 그후 30년 동안 점점 자유주의의 성취를 파괴하려는 반혁명세력의 등장이 분명해졌다. 반혁명세력이란 프랑스의 국민전선이나 스페인의 포데모스처럼 좌·우파를 막론하고 법의 지배나 대의민주주의의 가치를 부정하면서 국민을 향한 직접호소를 통해 권력을 추구하는 포퓰리스트 세력을 말한다.
 
한국의 여당 내부에 이러한 2가지 흐름을 중심으로 노선경쟁이 치열해지면 야당이 자기 색깔을 내놓기 애매한 상황이 된다. 그렇지만 어떤 경우든 한국 사회가 지역이나 이념의 주술적인 힘에 복종하는 ‘닫힌 사회’가 아니라 인간이 가진 비판의 힘을 자유롭게 사용할 때 유지되는 ‘열린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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