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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부동산업자와 국민이라는 투기꾼[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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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07.29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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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날드 로고 / 사진=맥도날드
맥도날드 로고 / 사진=맥도날드
맥도날드가 최고의 패스트푸드 회사가 된 것은 해리 소네본이라는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전략 덕분이다. 영화 ‘파운더’를 보면 맥도날드 최고경영자 프레드 터너는 소네본의 조언을 받아들여 땅을 선점하고 그 위에 지점을 세워 가맹점주에게 임대료를 받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사람들이 몰려들어 땅의 가치가 상승하면 그걸 담보로 다른 곳의 땅을 사들여 매장을 오픈하는 걸 반복했다. 소네본은 “우리는 음식 사업이 아니라 부동산 사업을 하고 있다. 15센트짜리 햄버거를 판매하는 것은 임대사업을 하기 위한 가장 좋은 미끼였기 때문이다”고 했다.

맥도날드 방식은 국가 성장에도 유용하다. 2000년대 중반 중국 출장을 갔을 때의 일이다.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라는 김정일의 말은 과장이 없었다. 초고층 건물과 널찍한 도로가 상하이뿐 아니라 수많은 거점도시에 우후죽순, 죽근(竹根)처럼 솟아오르고 뻗어나갔다.

한 지방정부 관료에게 초고속 성장의 비결을 묻자 그는 망설이지 않고 “토지”라고 귀띔했다. 거의 무한대로 널린 토지를 개발하고 분양해 외국인과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고, 다시 인프라 개발에 이를 투입하는 선순환 덕분에 중국의 도약이 가능했다.



욕망을 끌어내 이룬 발전


이는 우리가 썼던 방식이기도 하다. 기업으로 치자면 막 창업한 거나 다를 바 없었던 1960년대, 나라는 집을 짓고 도로를 놓을 돈이 없었다. 그래서 택한 게 영등포의 동쪽을 개발하고, 고속도로를 만들 때 적용한 ‘환지’방식이다.

국가는 땅 주인들에게 땅을 기부받아 토지구획을 정리한 뒤 일정 비율대로 땅을 되돌려준다. 돌려주고 남은 땅인 ‘체비지’로 공공시설을 만들고 사업비를 충당했다. 정부가 돈안들이고 땅을 확보할 수 있었던 건 개발 뒤엔 토지의 가치가 대폭 상승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치 상승에 대한 기대를 심어주지 않았다면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 도시 개발과 산업발전에 필요한 SOC(사회간접자본) 건설이 불가능했다.

땅의 가치를 높여 사업 확장의 재원을 조달하는 것은 맥도날드나 국가나 다르지 않다. 맥도날드의 이익은 주주가 가져간다면 국가의 이익은 국민에게 간다. 도시개발과 주택공급을 주업무로 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정부에 배당한 돈은 3920억원으로 공기업 중에 인천국제공항공사(3994억원) 다음으로 많다.
힘과 생명, 욕망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를 닮은 롯데월드타워와 주변의 아파트 단지. 서울시가 뻘밭이던 잠실을 개발할 때도 환지 방식을 적용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힘과 생명, 욕망을 상징하는 오벨리스크를 닮은 롯데월드타워와 주변의 아파트 단지. 서울시가 뻘밭이던 잠실을 개발할 때도 환지 방식을 적용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누군가에겐 '투기로 이룬 천박한 성장'


그렇게 땅을 딛고 성장했다. 국민이 투기꾼이라고 한다면 국가는 투기를 유도하는 거대한 부동산개발업자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그 '투기'로 일군 '천박한' 성장의 혜택은 모두가 누렸다. 이상은 하늘에 그리더라도 그 실현은 땅에서 해야 한다.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임대 형태인 ‘전세’라는 것도 국가가 민간자본을 끌어들여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부동산개발의 결과다. 국가는 몰려드는 산업역군에게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역량이 안됐다. 전세제도는 보증금과 매매가의 차액만 부담하면 집을 소유할 수 있게 한다. 실수요자는 실제 매매가보다 훨씬 적은 돈을 맡기고 정해진 기간 거주할 수 있다.

집주인들이 비싼 주택을 싸게 빌려주는 건 집값이 이자비용 이상으로 상승해 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그런 기대를 심어줌으로써 자금을 민간 임대 시장으로 끌어들였고, 주거 안정을 이뤘다. 실제로 전철역을 만들고 도로를 넓히는 등 생활 여건을 개선해 집주인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효과가 있었지만 부(副)작용도 있다. 지나치게 민간 임대시장에 많은 돈이 흘러들어 이른바 ‘갭투자’가 급증했다. 공급 대비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이 오른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원칙에 따라 집값이 치솟았다. 무주택자 또는 상대적 비급등 지역 주택 소유자의 박탈감은 커져갔다.

'부작용' 때문에 맥락을 무시하고 미래에 투자했던 이들을 모두 ‘투기꾼’으로 몰아 ‘징벌적 과세’를 넘어서 술과 담배에나 붙는 ‘죄악세’를 부과하면 주거안정이라는 ‘효과’까지 헝클 수 있다. 최근의 전셋값 급등이 그렇다. 매수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부동산 정책이 살인적인 전셋값 상승을 부르고 주거안정을 해친다.
담배는 죄악세가 부과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20개비)에 부과되는 세금은 3323원이다. 74%가 세금이다.  이제 주택에는 거래세인 취득세가 최고 12%,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가 해마다 최고 6%(재산세 별도), 소득세인 양도소득세가 최고 72%(개인지방소득세 별도) 부과된다.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담배는 죄악세가 부과되는 대표적인 상품이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20개비)에 부과되는 세금은 3323원이다. 74%가 세금이다. 이제 주택에는 거래세인 취득세가 최고 12%,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가 해마다 최고 6%(재산세 별도), 소득세인 양도소득세가 최고 72%(개인지방소득세 별도) 부과된다. / 사진=김현정디자인기자



맥락 고려않는 '죄악세', 흔들리는 헌법가치


헌법은 국가가 주택개발정책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Living)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모든 국민이 집을 살(Buying) 수 있게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게 아니다. 쾌적한 주거생활은 자가든 공공임대든 민간임대든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어야 한다.

역사를 보면 왕조를 개창할 때마다 논공행상과 민심 안정을 위해 기득권층의 전답을 빼앗아 분배하는 토지개혁을 했다. 해방 이후 들어선 공화국도 최우선으로 추진한 게 남한은 유상몰수, 북한은 무상몰수라는 토지개혁이었다.

창업에 버금가게 나라의 틀을 바로잡겠다고 하는 현 정부가 부동산을 주된 지지층에 재분배하려는 욕구를 갖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헌법이 국가에 부여한 의무를 우선할지, 거주·이전의 자유와 재산권까지 유보·침해한다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박탈감 해소를 지상과제로 추진할지는 더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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