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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LG-SK의 배터리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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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1.09 0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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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장자’에 나오는 얘기입니다. 장자가 하루는 활을 메고 가다 눈앞의 까치를 보고는 활을 겨누었습니다. 나무에 앉은 까치는 이것도 모른 채 사마귀를 잡으려 했습니다. 장자는 이번에는 사마귀를 쳐다봤습니다. 사마귀는 나무그늘에서 쉬는 매미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장자는 깨닫습니다. 매미도 사마귀도 까치도 눈앞의 작은 이익에 집착해 자신이 곧 죽을지도 모른 채 위기를 자초한다는 것입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 LG와 SK가 자동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를 놓고 1년반 넘게 전쟁을 치릅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제2의 반도체’로 불립니다. 삼성전자가 올해같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분기당 평균 10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산업에서도 이런 초일류기업이 나온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글로벌 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배터리 시장규모는 5년 뒤인 2025년 180조원에 이르러 메모리반도체 시장 150조원을 뛰어넘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올 들어 중국 CATL, 일본 파나소닉 등을 제치고 자동차 배터리 1등 기업이 된 LG화학은 지난해 4월 시장점유율 6위 기업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후 두 회사는 국내외에서 여러 건의 관련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LG화학은 SK가 대규모 인력 빼가기를 통해 자사의 핵심기술을 탈취했으며 기술탈취가 없었다면 국내외 자동차회사들로부터 대규모 수주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인력 빼가기가 아니라 급여수준이 높은 회사로의 자발적 이직이며 서로 기술이 달라 LG의 영업기밀은 필요하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ITC의 최종판결은 그동안 2차례 연기돼 다음달 초 나올 예정이지만 현재까지는 LG화학이 유리합니다. 지난 2월 준사법기관인 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과거 코오롱과 듀퐁의 영업비밀 침해소송, 삼성과 애플의 특허 침해소송 등이 있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동업종의 기업끼리, 그것도 해외에서 수천억~수조 원의 소송을 벌이는 것은 초유의 일입니다. 그래서인지 정부 당국자들이나 정치권 인사들도 이 사안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합니다. 그럼에도 요지부동입니다. 특히 소송을 제기한 LG그룹이 평소 기업문화와 달리 강경하고 단호합니다.

이해는 갑니다. 삼성전자 다음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은 이익을 내는 SK하이닉스가 원래는 LG그룹 소속이었으니까요. LG는 1999년 외환위기 때 이뤄진 ‘빅딜’에서 정주영 회장의 현대그룹에 정치적 힘에 밀려 LG반도체의 경영권을 빼앗겼습니다. LG반도체를 인수·합병한 현대반도체는 이후 경영위기에 빠지고 우여곡절 끝에 2012년 최태원 회장의 결단으로 SK그룹이 인수합니다.
 
LG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도체 사업에서와 같은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다짐할 것입니다. 구광모 LG 회장도 배터리 사업에서 글로벌 1등 기업이 되지 못하면 적어도 자기 세대에서는 삼성이나 현대차, SK를 따라잡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겠지요. 게다가 글로벌 소송전의 주역인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나 그룹 내 2인자인 권영수 ㈜LG 부회장이 한결같이 기술 및 지식 재산권 보호에 단호하고 경험도 많은 전문가들입니다. LG는 SK보다 더 절실하기 때문에 나중에 합의하더라도 일단은 갈 데까지 갈 것입니다.
 
그러나 소송에서 이긴다고 글로벌 1등 배터리 기업이 보장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단적으로 중국 정부의 전폭 지원을 받는 CATL은 독일에 배터리공장을 짓고 다임러와 손을 잡는 등 한국 기업의 안방과도 같은 유럽 시장 공략에 적극적입니다. 또 전기차 공룡 테슬라는 전체 차 가격의 40%나 차지하는 배터리를 자체 조달하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했습니다. 중국 기업들의 치킨게임으로 배터리 사업이 제2의 반도체가 아닌 ‘제2의 LCD(액정표시장치)’가 될 수 있다는 비관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결국 핵심은 기술 초격차입니다. LG도 SK도 소송전에 몰두하다 매미와 사마귀, 까치처럼 위기를 자초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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