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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상이목(同想異目)] '영원한' 금융 홍보맨의 안식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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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7.06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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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 국장
이진우 국장
'평생 기사 빼다 뒈진 X.' 친분이 있는 한 대기업 홍보맨이 몇 해 전 밥자리에서 아마도 자기가 죽으면 이런 묘비명을 남길 것이란 농담을 던져 '웃퍼'(웃기면서도 슬퍼) 한 기억이 있다. 어떤 이는 홍보(PR)를 '피(P)할 것은 피하고, 알(R)릴 것만 알리는' 일이라고 했다. 기사제목과 내용 한 줄, 한 줄에 희비가 엇갈리는 홍보맨의 애환이 느껴진다.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귀가 닳도록 들은 말이다. 기자와 취재원(홍보맨)은 너무 가까워도 안 되고 너무 멀어도 안 되는 관계라는 얘기인데, 말처럼 쉽지 않다. 너무 멀기도 하고, 너무 가깝기도 한 관계도 부지기수다. 다만 멀든 가깝든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점에서 특별한 인연이다.

오랜 친분이 있어 취재와 관계없이 가끔 안부를 묻고 얼굴도 보는 사이였던 한 증권회사 홍보임원과 1년 전 이맘때 단둘이 식사를 했다. 평소보다 손을 좀 떨길래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목디스크가 와서 운동치료를 받으러 다니고 있다"고 했다. 그런가 보다 하며 "건강이 최고"라고 걱정 섞인 덕담을 건넸는데 오래지 않아 다른 병임을 알았고 그 사이 병세가 악화해 휴직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들려왔다.

그를 다시 만난 것은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한 올 3월 그의 큰 딸의 결혼식장이었다. 생각보다 병세가 더 나빠 보여 가슴이 먹먹했는데 휠체어에서 잠시 일어나 딸의 손을 잡고 몇 걸음 뗀 뒤 볼에 입맞춤을 하고 홀로 신부 입장을 시키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의술이 갈수록 발달하고 약도 좋아진다고 하니 잘 버티시겠지 하며 내심 응원을 보냈는데 4개월도 안 돼 그의 영정과 마주쳤다. 딸을 서둘러 여읜 이유도 짐작이 갔다. 모두 한마음이었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고 최인석 전 KB증권 상무. 그의 죽음을 어느 미디어는 이례적으로 단순 '부고'가 아닌 '기사'로 알리면서 "KB금융그룹 홍보전문가로 국민들에게 금융지식을 전달하는데 힘썼다"고 했다. 내겐 KB금융이 아니라 '영원한 금융홍보맨'이다. 금융부 출입 시절 '국민은행 홍보실 대리' 명함을 받으며 맺은 인연이 잠시 홍보실을 떠나 있을 때를 포함해 지금껏 20년 넘게 이어졌다.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사상 초유의 은행원 합숙파업 등 함께한 KB금융 역사의 취재현장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갔다. 크고 작은 이슈가 생길 때마다, 언론이 KB를 주목할 때마다 때론 밤낮도 주말도 휴일도 사생활도 별로 없는 그야말로 KB를 위한 삶을 살았을 그의 책임감과 고단함에 새삼 가슴이 저며왔다. 한번 맺은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KB와 금융권에 대한 로열티도 남달랐던 그다.

어차피 인연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기 마련이다. 먼저 떠나보낸 몇몇 다른 홍보맨과 인연도 점점 어렴풋해진다. 그래서 더 슬프다. 지난 주말 우울한 장마 빗줄기 속에 그는 영원히 우리의 곁을 떠났다. "여보세요. 어이 진우성~" 하는 전화기 너머 목소리가 아직 귓가에 생생하다.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말투엔 따뜻한 잔정이 묻어났다. '영원한' 금융홍보맨, 그의 '영원한' 안식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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