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갑론을박…전국 동시 격상 vs 지역별 핀셋 방역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초·중·고등학교 여름방학을 앞둔 15일 서울 성북구 성북종로학원에서 학생들이 칸막이·거리두기를 하며 수업을 듣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다음주까지 초중고교의 90% 이상이 여름방학에 돌입하면서 학원에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두기 4단계 동안 학원은 좌석 두 칸을 띄워야 하며 오후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2021.7.15/뉴스1

코로나19(COVID-19) 가 수도권을 넘어 전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음에도 불구, 방역 당국이 수도권에 대한 핀셋 방역으로 전염병 통제가 가능할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방역당국은 "당장 비수도권에 대한 거리두기 전국 동시 단계 격상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수도권보다 감염 양상이 심각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 거리두기 격상 조치가 오히려 방역 수칙에 대한 국민 저항을 유발하고 자영업자 손실 등 사회·경제적 피해를 동반할 수 있단 우려를 반영할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비수도권으로 풍선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는 만큼 4차 대유행 억제를 위해 거리두기 전국 동시 격상이 필요하단 전문가들의 목소리와 배치되는 의견이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수도권 시민의 비수도권 이동량을 줄이기 위해 정부의 빠른 결단이 필요하단 주장이 나온다. 이를 요구하는 청원대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15일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600명이라고 밝혔다. 신규 환자 수가 이틀째 1600명 이상을 기록하며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특히 비수도권의 확산세가 눈에 띈다. 전국이 비상이다. 이날 비수도권의 신규 환자 비율은 29.4%로 30%에 육박했다. 비수도권 신규 환자는 457명으로 전날 역대 최다 발생 389명을 훌쩍 넘었다. 수도권 새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방역을 옥죄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감염 억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데다 비수도권으로 확산세가 번지는 풍선효과가 본격화 되고 있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수도권 시민의 비수도권 이동량이 증가할 경우 이 같은 전국적인 확산세가 더욱 거세질 수 있단 우려가 적지 않다. 현재 수도권만 새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하고 있다. 비수도권의 경우 14개 시도 가운데 세종·전북·전남·경북 등 4개 시도를 제외한 10곳에서 거리두기 2단계를 적용 중이다.


"비수도권 거리두기 단계 격상 시급"이에 따라 비수도권의 거리두기 단계 격상 등 조치가 필요하단 의견이 제기된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당장 비수도권 거리두기 단계 격상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천 교수는 "전국적으로 비수도권도 거리두기를 수도권과 똑같이(4단계) 해야 한다"며 "정부는 괜찮다고 하는데, (신규 환자) 비율로 따지면 비수도권 확산세가 더 거세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여름 휴가철을 맞아 이미 비수도권으로 가겠단 여행 계획을 세운 수도권 시민이 많다"며 "대도시나 여행지는 앞으로 더 빠르게 확산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천 교수는 "수도권 시민의 비수도권 여행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거리두기 단계 격상뿐"이라며 "우리나라는 예방접종률도 낮고, 거기다 최근 돌파감염도 많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전국 동시 격상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지난 1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왜 수도권만 격상하나요? 전국 동시 격상을 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대전=뉴스1) 김기태 기자 = 15일 오후 대전 서구보건소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2021.7.15/뉴스1

반면 수도권과 유행 양상이 다른 비수도권 지역까지 모두 거리두기 단계를 격상할 경우 사회·경제적 피해가 수반될 수밖에 없어 비효율적이란 의견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이미 비수도권에서도 거리두기 단계에 맞춰 일부 지역은 2단계로 격상 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조정을 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최근 코로나19 치명률은 과거의 5분의 1 수준으로, 계속해서 일상 활동의 상당 부분을 방역 때문에 포기해야 하는지 의문이 있다"며 "특히 우리 정부는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에 대해 충분히 피해보상을 해주는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 역시 전국 동시 거리두기 격상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비수도권의 감염 및 유행 양상은 서로 상이하다"며 "유행이 큰 지역이 있고 매우 작은 지역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각 도와 시, 지역 간 불균형 상태"라며 "감염 확산 정도가 다른 만큼 일괄적 방역 정책이 오히려 형평성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손 반장은 "거리두기 상향은 방역적 효과뿐 아니라 그로 인한 사회·경제적 피해와 그 지역 주민의 방역 조치에 대한 수용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며 "거리두기는 정부 강제뿐 아니라 국민의 자율적 협조가 매우 중요한 만큼 지역별로 설정된 기준에 따라 하는 게 효과적이라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