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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없는 탄소중립"...정부의 고집과 망상이 빚어낸 SF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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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8.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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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지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단지
독일이 처음 '탈원전'을 선언한 건 2000년이다. 이후 원전의 빈자리를 채운 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였다. 20년 전 5%에 불과했던 독일의 신재생 에너지 비중은 40%로 빠르게 불어났다.

이제 독일은 날씨가 흐려 태양광 발전량이 부족한 날은 프랑스 등 주변국에서 전기를 끌어다 써야 하는 신세가 됐다. 신재생 에너지의 비싼 발전비용 탓에 전기요금은 2000년 이후 14년 만에 2배 넘게 뛰었다. 현재 독일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한국의 3배 이상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가장 비싸다. 빌려와도 모자란 전기는 갈탄 화력발전이 메꾸는 바람에 발전소 대기오염 문제는 오히려 심해졌다.

옆나라 프랑스는 어떨까. 지금 프랑스는 원자력으로 전기의 약 70%를 만든다. 사고 위험 등을 고려해 2035년까지 원전 의존도를 50%까지 낮추기로 했을 뿐 그 이후에 대해선 정해진 게 없다. 현재 프랑스의 전기요금은 독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원자력은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의 구애를 받지 않는다. 독일과 달리 프랑스는 다른 나라에 전기를 구걸할 필요가 없다.

최근 정부가 공개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은 야심적이다 못해 공상적이다. 당초 약속한 탄소 순배출량 0톤을 달성하기 위해 30년내 화력 발전을 없애고, 원전 비중도 26%에서 6%로 낮추겠단다. 모자란 전기는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70%까지 늘려 채운다는 계획이다. 이게 가능하려면 서울 면적의 9배에 달하는 국토를 태양광 패널로 덮어야 한다.

땅이 모자라면 산을 깎으면 되지 않느냐고? 산사태가 민가를 덮치고 사람이 다치면 누가 책임질건가. 나무가 잘리는 만큼 줄어드는 탄소 흡수분도 다른 곳에서 벌충해야 한다. 그럼 바다 위라면 어떨까. 새만금에 설치된 수상 태양광 발전단지는 갈매기들의 화장실로 전락해 부식에 시달린 지 오래다.

태양광 패널은 한번 깔았다고 끝이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성능이 떨어지는 탓에 대개 20년 안팎이면 설비를 바꿔줘야 한다. 그때마다 납을 비롯한 대량의 유독성 폐기물이 나온다.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우린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 기술 발전으로 태양광 발전효율이 높아지고 패널의 수명이 길어지면 괜찮을 거라고? 그런다고 SF(공상과학) 소설이 논픽션으로 바뀌는 건 아니다.

풍력 발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인구 밀도가 높은 우리나라에선 민원 때문에 육상풍력에 어려움이 있다. 해상풍력에 집중하는 게 그나마 현실적이다. 하지만 해상풍력 발전기는 염분에 따른 부식 때문에 수명이 짧다. 교체할 때마다 발전 터빈 뿐 아니라 거대한 블레이드(날개)들이 폐기물로 쏟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대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로 발전량의 70%를 채웠다고 치자.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한여름 또는 한겨울, 날씨가 흐려 햇볕이 적고 바람이 없어 풍력 발전기가 돌지 않는 날이면 전기는 어디서 구하나. 유럽 대륙 한복판에 있는 독일처럼 주변 나라에서 전기를 끌어오면 좋겠지만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신재생 발전의 간헐성에 따른 전력공급 불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뿐이다. 대규모 전력을 저장할 방법을 찾거나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기저전원을 충분히 확보하거나. 전력을 저장하는 건 불가능하진 않지만 치러야 할 비용이 크다. ESS(에너지저장장치)는 너무 비싸고, 양수 발전은 환경 파괴가 심하다. 남는 전기로 수소를 만들어두는 건 유망한 기술이지만 이 역시 에너지 손실이 많다.

따라서 든든한 기저전원 만이 현실적 대안이다. 하지만 탄소를 내뿜는 화력은 해법이 되지 못한다. 탄소를 포집해도 처리할 곳이 마땅치 않다. 결국 남는 건 원전뿐이다. 가뜩이나 어려운 탄소중립을 추구하면서 굳이 지름길인 원전까지 포기해야 하나. 부디 다음 정부는 이념보다 실용의 관점에서 에너지 백년대계를 짜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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