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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렬의 Echo]김범수의 '죄송'과 플랫폼의 '빌런' D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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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0.14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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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가겠다. 성장에 취해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지난주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카카오 자회사들이 골목상권까지 파고들면서 카카오의 무한확장 전략이 정치권과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다.

김 의장은 100여개 자회사를 거느린 기업의 총수며 국내 최고 부자반열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남들처럼 긴급한 해외출장을 핑계대거나 그 흔한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김 의장은 이틀이나 국감장에서 의원들의 호통과 질타를 기꺼이 감내했다. 왜 그랬을까. 카카오 대관의 무능 때문일까. 그보다는 김 의장 본인이 직접 나서야 할 만큼 반(反)카카오 정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싶다.

김 의장의 국회 소환에 앞서 카카오는 골목상권 사업 철수, 플랫폼 수수료 폐지 인하, 상생기금 3000억원 등을 담은 상생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았다. 그러나 플랫폼 규제 강경론자들은 이런 플랫폼의 착한 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기부, 상생 등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플랫폼들이 '빌런' 이미지를 세탁하기 위해 단골로 동원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일, 착한 일을 많이 하더라도 구조적으로 네트워크 효과를 기반으로 독점을 추구하는 플랫폼의 DNA는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이른바 'GAFAN'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일상을 지배하는 플랫폼 규제는 경제를 넘어 정치·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화두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올해 32세인 리나 칸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교수를 역대 최연소 연방거래위원회(FTC) 위원장에 임명하면서 플랫폼과 전쟁을 선포했다.

'아마존 킬러'로 불리는 리나 칸이 예일대 로스쿨 재학시절 쓴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은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 등 경쟁당국과 IT(정보기술)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서 필독논문으로 꼽힌다. 리나 칸은 정부는 가격이 올라 소비자가 피해를 봤을 때만 개입해야 한다는 기존 주류 시카고학파의 시각에 반대한다. 아마존처럼 시장지배력을 위해 기꺼이 수익을 희생하는 '신박한' 사업전략으로 독점에 나서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다. 그는 강력한 기존 반독점 체제를 복원하거나 플랫폼의 자연독점을 인정하고 공기업처럼 통제하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을 추진하는 등 국내에서도 플랫폼 규제를 위한 법·제도 마련이 본격화하고 있다. 플랫폼 규제 도입이 결코 순탄치는 않을 것이다. 플랫폼은 마치 진공청소기처럼 투자와 기술, 사람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런 플랫폼들이 순순히 규제의 족쇄를 찰 리 만무하다. 상생을 내세워 이미지 변신에 꾀하고, '자칫 섣부른 규제는 혁신의 싹마저 죽일 수 있다'는 여론전도 펼치면서 규제 막기에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난한 힘겨루기 시간에 플랫폼이 침투한 시장은 초토화된다는 점이다. 특히 기존 시장플레이어는 수십 년간 쌓인 각종 규제에 손발이 묶여 있는 반면 플랫폼은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심각하다. 유통시장에서 대형마트와 네이버쇼핑·쿠팡, 금융시장에서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케이뱅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때문에 플랫폼에 대한 직접 규제뿐 아니라 플랫폼과 경쟁하는 기존 시장플레이어들에 대한 낡고 불필요한 규제들을 과감히 철폐하는 규제당국의 노력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그래야 규제 형평성을 맞추고, 시장경쟁을 활성화함으로써 플랫폼의 폭주를 막기는 어렵지만, 조금이나마 늦출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아마존 킬러'의 할아버지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플랫폼은 너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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