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면칼럼]"돈과 색을 밝혀도 좋다"

중국 춘추시대 다섯 명의 패권자 중 한 사람인 제나라 환공이 그의 뛰어난 재상 관중과 나눈 대화입니다. 환공이 자신에게는 3가지 나쁜 점이 있는데 사냥을 너무 좋아해 밤늦도록 짐승을 쫓고, 술을 좋아해서 밤새도록 마시며, 색을 너무 밝혀 여동생들이 결혼하지 않을 정도라고 고백합니다.

이에 대해 관중은 이것들이 나쁘기는 하지만 빨리 고쳐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정무에 부지런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비슷한 내용이 '맹자'에도 나옵니다. 전국시대 중국 동부지역의 최강국이었던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자신이 세속음악을 좋아하는 데 문제가 없는지 묻습니다. 맹자는 음악을 좋아하든 사냥을 좋아하든 상관이 없으며, 백성들과 함께 즐기기만 하면 된다고 말합니다.

제 선왕이 이번에는 자신에게 사실은 고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바로 재물을 좋아하는 것이라고 솔직하게 말합니다. 돈을 너무 좋아해서 쓰지도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이에 맹자는 왕이 재물을 좋아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합니다. 재물을 좋아하는 경계를 확장시켜 백성들을 부유하게 만들고 그들이 부를 쌓을 수 있게만 한다면 무슨 문제가 되겠냐고 반문합니다.


그러자 제 선왕이 다시 묻습니다. 자신에게 더 큰 문제가 있는데 바로 여색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맹자는 "당신이 여색을 밝히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다만 색을 밝히는 당신의 마음을 확장시켜 전국의 백성들로 하여금 아름답고 충만한 가정생활을 할 수만 있게 한다면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냐"고 말합니다.

맹자는 지도자가 술을 좋아하고 돈과 색을 밝히고 음악이나 사냥 같이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대단히 사소한 일이며 이것으로 평가할 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지도자와 백성이 함께 함으로써 노인들은 생을 잘 마무리하게 하고, 장정들은 잘 쓰이게 하고, 어린이들은 잘 자라게 하며, 홀아비 과부 고아 장애자 등은 잘 보살핌을 받게 하는 게 왕도정치의 기본이라고 강조합니다.

내년 3월 9일 20대 대통령 선거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가 이재명 윤석열로 확정됐습니다. 두 후보 모두 온갖 구설수와 비리로 대선일까지 버틸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대선에서 승리한다 해도 정상적으로 국정을 펼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맹자님 말씀으로 위로를 삼습니다. 욕을 하고 음주운전을 하고 여배우와 스캔들을 일으키고 돈을 너무 밝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이득을 챙겼다 해도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옹호하고, 본인은 물론 부인 장모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고, 대통령이 되겠다면서도 국정에 대한 기본 소양이 안돼 매일 망언과 실언을 하고, 심지어 검찰총장에 있으면서 '고발 사주 의혹'을 지휘했어도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두 후보가 국민들의 즐거움을 자신의 즐거움으로 여기고, 국민들의 근심과 고통을 자기 것으로만 생각하면 됩니다. 과연 그럴까요. 이들을 믿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