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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2021 시간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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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6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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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은 위스키나 맥주 등과 비교해 2000년대 들어 소비가 가장 크게 늘어난 술입니다. 와인은 다른 술과 달리 가격 차이가 심합니다. 같은 품종이지만 3만원짜리가 있고 300만원짜리도 있습니다.

와인의 가격과 등급을 결정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중요한 게 생산연도, '빈티지'입니다. 또 하나는 포도밭의 지형 기온 토양 강수량 일조량 등인데 흔히 '테루아'라고 부릅니다. 동양철학적으로 말하자면 빈티지는 시간(時)이고 테루아는 공간(位)입니다.

시간과 공간은 경전 중의 경전인 '주역'의 핵심입니다. 주역은 점을 치는 책이 아니라 해와 달이 운행하는 대법칙을 서술한 것이고 동양사상의 근원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핵심이라는 점을 인생에 적용해보면 이렇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도 때를 만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반대로 때를 만나면 별 쓸모없는 사람도 큰 능력을 발휘합니다. 또 아무리 귀한 것이라 해도 필요 없는 곳에 놓이면 쓸모가 없습니다. 맹자는 그래서 "지혜가 있어도 세(勢)를 타는 것만 못하고 농기구가 있어도 때를 기다리는 것만 못하다"고 했습니다.

때를 만나는 것, 기회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에서 이것들을 잡도록 노력해야 하고 전진과 후퇴를 적절하게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핵심은 결국 인생에서 나를 어떻게 안배하느냐로 귀결됩니다.

나아가는 것만 알고 물러나는 것은 모르고, 사는 것만 알고 죽는 것은 모르고, 얻는 것만 알고 잃는 것은 모른다면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 상황과 시대정신에 맞춰 변하고 진보해야 하지만 그게 안 된다면 소리 없이 물러나 초목처럼 살아야 합니다.

와인 얘기로 돌아가면 와인의 일생도 인생과 비슷합니다. 병입 이후 와인은 숙성과정을 거치면서 맛과 향이 계속 발전하고 복잡해지고 20~30년 지나면 정점에 이르지만 그 후엔 점점 쇠퇴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와인이 20년 이상 나이를 먹게 되면 어떤 품종으로 빚었든 맛과 향이 비슷해진다는 사실입니다. 흙냄새나 낙엽냄새 같은 것들입니다. 색깔조차 오래될수록 화이트와인은 짙어지고 레드와인은 옅어짐으로써 서로 수렴합니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늙고 죽을 때는 비슷해지는 것처럼 말입니다.

세상의 명리(名利)란 별 게 아닙니다. 때를 만나고 기회를 얻지 못하더라도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것이든 영원히 곤란한 것은 없습니다. 반대로 때를 만나 돈과 명예와 권력을 얻었다면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합니다. 이카루스의 날개처럼 하늘 끝까지 오른 용은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팬데믹(대유행)의 2021년이 다 가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당신은 때와 기회를 잡았습니까, 아니면 제자리걸음만 하거나 후퇴했습니까. '그리스인 조르바'는 어제도 내일도 아닌 오늘 이 순간에 집중하고 이 순간을 사랑하라고 했습니다. 인생은 끝도 없고 결론도 없는 미제(未濟)입니다. 시간 앞에서는 모든 게 패배자고 분노와 슬픔조차 풍화되고 맙니다. 최종 승자는 늘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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